실국별 예산 ‘총량내 자율 편성’… 인천시 ‘재량사업 한도제’ 시험대

  • 입력 2026-08-31 15:35:31
내년도 본예산 편성 재량사업 한도제 적용
과도한 잉여금 막는 등 ‘재정 효율화’ 기대
‘숫자 맞추기’ ‘전문성 부족’ 불안 요소
초기 혼란 줄일 방안 마련 필요 의견도

박찬대 인천시장이 지난 27일 민선 9기 첫 간부회의를 열어 실·국별 ‘재량사업 한도제’ 시범 도입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일 방안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시가 재정 효율화 방안으로 실·국별 ‘재량사업 한도제’ 시범 도입을 예고했다. 반복적으로 예산이 이월되는 사업을 정비하는 등 예산 편성 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인천시 안팎에서 제도 정착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량사업 한도제는 최근 박찬대 인천시장이 주재한 민선 9기 첫 간부회의의 주요 논의 사항이었다. 각 실·국별로 사업에 편성할 수 있는 예산에 ‘한도’를 부여한다는 것이 이전과 가장 큰 차이다. 한정된 총량 안에서 각 실·국이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자율적으로 나눠 편성하고, 예산 담당 부서도 이를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민선 9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 권고의 후속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인수위는 ‘계속비 이월금’(수년에 걸친 사업의 연차별 집행계획과 총액을 미리 승인받고, 해당 연도 부담액 지출 후 남은 금액을 다음 해로 넘긴 예산) 등 과도한 잉여금을 지적했다. 국회가 예산 심사 시 기존 사업비 감액·구조조정을 우선 검토한다거나, 서울시 등이 계속비 이월금을 제한하는 사례를 참고해 ‘고강도 재정 구조조정’을 권고했다.

인천시는 앞으로 실·국별 사업 예산의 총량이 정해지는 만큼 과도한 잉여금 발생과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업 부서가 우선순위에 따라 재량껏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주요 공약 사업이나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게 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업 부서에 예산 편성에 대한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하고, 예산 부서는 재정 총량 관리와 지원 정도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역할을 나눠 정립한다는 취지다.

인천시는 당장 내년도 본예산 편성부터 이 제도를 시범 도입할 계획이지만, 불안한 부분도 있다는 시각이 많다. 법정·경직성 경비 등 항목은 실·국이 재량 편성하는 예산에서 빠진다. 처음부터 사업 부서에 모든 재량권을 주기에는 부담이 따르는 만큼 초기에는 예산 부서가 어느 정도 개입할 여지도 있다. 인천시가 제출한 예산안을 인천시의회가 심사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실·국별 예산 편성에 대한 이견을 좁힐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인천시의회 이연주(민·남동구5)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지방채에 의존하지 않고도 인천시가 추진할 정책 예산을 마련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예산 한도로 인해 상대적으로 삭감이 쉬운 사업부터 손본다거나 일률적으로 삭감하는 등 ‘숫자 맞추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업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도 인천시와 다를 수 있는 만큼 앞으로 검증에 힘쓰겠다”고 했다.

김회창 한국지방정부연구원장은 “이 제도는 ‘담당 부서가 합리적으로 예산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렸다. 인천시 전체 예산 등 ‘숲’을 보는 전문성이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며 “사업 부서에 자율적인 편성 권한을 줘서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것을 충족하려면 반드시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작동해야 한다. 초기 혼란을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인천시 예산 담당 부서는 지난 28일까지 각 실·국으로부터 올해 예산 규모를 바탕으로 내년에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예산 신청 총량을 제출받았고, 조만간 실·국별 한도를 분배·확정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물론 인천에선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인 만큼 인천시 내부에서도 시행착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도에 맞춰 충분히 예산을 분배하는 것이 가능할지 지켜보고 있다”며 “일단은 시범 도입 단계다. 제도가 제대로 정착할 때까지 여러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