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한 경찰청의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중간결과 발표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는 2천996명, 피해금액은 4천599억원이다. 경찰청은 전세사기를 '경제적 살인'에 비유되는 '악성사기'로 규정하고 986건을 적발하였다. 그리고 이에 가담한 2천895명을 검거하였는데 이중 불법 중개행위로 검거된 공인중개사는 무려 486명(16.8%)이다. 또한 국토교통부가 파악한 전세사기 의심거래 1천322건에 연루된 97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31명(44.5%)이 개업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다. 전세거래는 일반적으로 당사자 간에 직접 거래를 하기보다는 개업공인중개사를 통하여 거래하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연루될 수밖에 없다고 변명할 수 있지만 전국적으로 수천억원대의 피해금액을 양산하고, 전세입자들의 삶을 파괴한 전세사기에 개업공인중개사가 많이 연루된 것은 개인의 위법행위를 넘어 전문자격사인 공인중개사제도의 신뢰성과 제도의 존재가치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이 개업공인중개사에게 부동산중개를 의뢰하는 것은 공인중개사라는 전문자격사의 전문성과 직업윤리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세사기와 같은 사건으로 개업공인중개사에 대한 높지 않은 사회적 인식이 더 추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럼 왜 이렇게 많은 중개업 종사자들이 연루되고 있을까? 그 원인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고, 전세공급량의 부족에 따른 임대인 중심시장 등 시장적인 측면의 요인은 변론으로 하고 부동산중개업계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부동산 시장 불황 전세사기 연루자격증 소지자 50만명 과잉 공급생계 힘들자 위·탈법 유혹 빠져
먼저 공인중개사의 공급과잉이 원인이다. IMF시절엔 실업자 대책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공인중개사는 매년 평균적으로 2만명 이상 합격하여 자격증 소지자가 5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래서 국민자격증·장롱자격증이라는 애칭(?)이 붙어있다. 이 중 중개업을 영위하는 개업공인중개사는 11만7천여 명이다. 공인중개사자격을 취득하고 개업하는 비율은 20%가 조금 넘는다. 그만큼 과잉경쟁이기 때문에 사업이 어렵고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결국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면 위법·탈법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물론 유혹이 있더라도 빠지면 안 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장발장(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은 가난과 굶주림으로 빵 한 조각을 훔친다. 이 죄로 5년의 감옥살이, 4번의 탈옥시도로 19년간의 감옥살이를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에 대한 원망과 증오심을 키우게 되지만 한 사제의 자비로 선악을 깨닫고, 점차 순화되어 죽음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완전한 자유를 되찾는다.개업공인중개사를 장발장에 비유하기에는 무리수가 있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실무적으로 개업공인중개사의 적정 수는 300세대 당 1개 중개사무소가 있을 때 수익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1천세대 정도의 아파트 단지에 개업공인중개사는 6곳 이상인 경우가 태반이다. 인근 지역에 있는 사무실을 제외하고 아파트단지 내의 상가에 입지한 숫자만 파악하더라도 과잉공급이라는 것이다. 윤리교육·자율정화기능 강화 등근본적 문제해결 방향 접근 필요전문자격사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일정 수준이 되면 누구에게나 자격증을 부여하여 무한경쟁을 통한 경쟁력의 강화와 서비스질의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과 적정수준에 도달하여야만 자격을 부여하고 의무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나누어진다. 쉽게 설명하면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자격시험 방식을 말한다. 어떤 방식이 합리적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절대평가로는 자격증 합격자 수를 줄이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변호사, 공인회계사, 건축사,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를 절대평가로 합격자 수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사회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한다. 변호사를 공인중개사처럼 50만명 배출한다고 가정해보자. 변호사도 굶주림에 장발장이 될 수 있다. 전세사기에 연루된 개업공인중개사가 많은 것은 공인중개사의 과다배출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전세사기에 연루된 개업공인중개사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정부의 방침 대로 일벌백계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강력한 처벌만으로 한계가 있다. 공인중개사의 과잉공급 문제, 오프라인 직업윤리 교육강화, 협회 자율정화기능 강화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
2023-07-07 서진형
송도가 판교·마곡과 비교해서서울 도심 접근성은 나쁘지만정주여건 비슷하고 비용면 큰 장점인프라도 훌륭해 경쟁력 기대쉬운 길보다 노력하는 길 택해야오래전부터 송도에 개발밀도가 높은 R&D단지를 조성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R&D단지라고 해서 연구소만 들여오자는 것은 아니고 지식산업센터 같은 집합건물에 입주 가능한 도시형 제조업을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송도는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토지를 공급하고 양산형 공장을 유치해서 수만 평의 부지에서 1천~2천명이 일하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반면에 판교나 마곡의 R&D단지에선 같은 면적에서 수만 명의 전문 인력이 일하고 있다. 후자가 전자보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런데 판교나 마곡은 송도와 다르다는 반론을 간혹 접하게 된다. 여건이 더 좋은 그런 곳에서 하는 일을 따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대답을 들으면 반문하고 싶다. 송도에서 국제업무단지는 되고 R&D단지는 안 되는가?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 출범 이전부터 송도에 다국적기업 지역본부 등 외국인투자기업의 오피스 비중이 높은 국제업무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업무기능은 대외업무와 영업활동, 대면접촉을 하는 데 유리한 도심지역을 선호한다. 이미 높은 집적이 이루어진 곳을 좋아하는 것이다. 서울의 (강북)도심권, 강남권, 여의도권, 즉 이른바 3대 업무권역이 그런 곳이다. 외국인투자기업이 주로 활동하는 국제업무단지는 이런 곳보다 개발하기 힘들다. 애초에 게일과 포스코건설은 송도에 60개의 업무용 빌딩을 짓겠다고 했다. 지금 지어진 것은 6개 정도 된다. 그런데 공실률이 절반 가까이 된다. 특수한 사정 때문에 입주해있는 포스코 계열사들 때문에 그나마 그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송도에서 조성하기 어려운 순서대로 나열하면 국제업무단지, 업무단지, R&D단지, 공단이다. 관성적으로 국제업무단지 조성을 주장하면서 그보다 쉬운 R&D단지는 여건이 미흡해서 어렵다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기업은 편익과 비용을 비교해서 입주할 곳을 선택하지 하나만 보지 않는다. 서울 출퇴근이 힘든 송도가 판교와 마곡과 비교해서 서울 도심 접근성이 나쁜 것은 단점이다. 하지만 정주여건에서 큰 차이가 없고 비용 측면에선 큰 장점이 있다. 인프라도 훌륭하다. 삼성 직원들이 일하기를 기피하는 심리적 저지선은 사업장이 있는 용인 기흥과 수원, 화성까지라고 한다. 송도는 그보다 멀지 않고 정주여건은 더 낫다. 비용을 따져보자. 서울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분양가는 평당 1천100만원대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지식산업센터 분양가는 평당 800만 원 전후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규모는 훨씬 크지만 편의시설과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인천의 지식산업센터 분양가는 대체로 원도심에선 평당 500만 원 전후, 송도에서 평당 500만 원대 중반이다.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 가격이 더 싼 편이다. 공업지역을 놓고 보면 원도심 땅값 시세가 송도와 큰 차이가 없지만 조성원가는 송도가 훨씬 낮다. 대기업엔 추가적 인센티브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10층이 넘는 집합건물 즉 빌딩을 지어 혁신형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유치할만한 경쟁력이 있다.판교테크노밸리 성공에 고무된 경기도는 추가로 6개의 테크노밸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 중인 곳도 있고, 보상과 행정절차 때문에 착공하려면 몇 년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다. 그 대상지엔 판교 두 곳과 일산, 광명·시흥, 양주, 구리·남양주가 있다. 광명·시흥 첨단R&D단지는 목감IC 주변이다. 첨단R&D단지가 거기에선 가능하고 송도에선 안 되는가? 구리·남양주보다 송도가 여건이 나쁜가? 헐값에 땅 파는 것보다 제값에 파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쉬운 길보다 다소 어렵더라도 노력하면 갈 수 있는 길을 가야 한다./허동훈 에프앤자산평가 고문허동훈 에프앤자산평가 고문
2018-08-08 허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