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중소건설사들이 경기 불황과 은행권 대출규제 강화 여파로 자기 자본금 결산을 맞춰야 하는 '연말 나기'를 위해 대부업체에까지 손을 벌리는 등 심각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체 상당수는 자기 자본금을 확인받아야 하는 결산시기에 미 금리인상까지 맞물린 상황에서 은행권 문턱이 높아지자 급전(?) 형태로 대부업체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17일 도내 건설업계에 따르면 연말 자본금 정산제도에 의거 연말 결산시기인 12월과 이듬해 1월 두 달 동안 규모에 따라 종합건설은 5억~24억원을, 전문건설은 2억~20억원의 자기 자본금을 법인통장에 예치하고 잔고를 증명해야 한다.
만일 자기 자본금을 맞추지 못할 경우 건설사들은 영업정지 또는 등록말소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자본금이 부족한 건설사의 하자 담보 부족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책이다.
하지만 도내 상당수 업체가 장기불황에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 일시 큰 목돈이 필요한 결산을 아예 포기하거나 대출 등의 급전으로 연명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까지 저축은행 대출로 자본금 결산을 한 H토목(수원 소재)의 경우 지난 연말 두달여간 대부업체에서 가까스로 1억원을 빌려 연말 위기를 넘겼다.
대표 김모(43)씨는 "그나마 의지해 오던 저축은행의 규제도 강화되면서 대부업체 자금을 쓰게 됐다"며 "두달간 총 500여만원의 비싼 이자지만 그나마 영업정지를 피할 수 있었던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지난해 도내 1천600개 건설사가 자기 자본금을 맞추질 못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이는 종합건설 및 전문건설을 포함한 도내 총 7천800여개 건설사 가운데 25%에 해당되는 것으로 최근 업계의 어려움을 대변한 '고충지수'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등급 BBB+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오랜 건설경기 침체와 건설시장 비수기에 조건을 맞추는 일은 꿈도 못 꾼다"며 현 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관계자는 "건설사의 재무 건전성 평가를 위한 연말 자본금 정산제도가 취지는 퇴색되고 대부업체 배만 불리고 있다"며 "정부에 대출 등 규제 완화를 계속해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