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대책없는 민자도로 공사 주민고통

'도로섬 돼버린 마을(양주 서재마을)' 잃어버린 삶의 터전
  • 김연태·이상헌 기자
  • 발행일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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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된 집 '한숨' 양주시 서재마을 주민이 구리포천간 민자고속도로 건설 공사로 옮겨진 분묘와 철제 방음벽에 둘러싸여 반지하 주택이 된 자신의 집을 바라보며 한숨 짓고있다. 양주/김연태 기자 kyt@kyeongin.com

구리~포천 도로공사로 양지였던 주택 반지하로 변해
소음 민원에 '땜질처방'… 여름 장마철 토사도 불보듯


"도대체 어찌 살란 말입니까?" 20일 만난 양주시 회암동 서재마을 주민 이모(70)씨의 한탄이다. 삶의 터전이 된 마을 전체가 도로와 도로 사이에 낀 '도로 섬'으로 전락(경인일보 2월 15일자 21면 보도)하며, 점점 더 살기 힘든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의 집은 마을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다. 양지에 자리 잡았던 집은 지난해 구리~포천 간 민자고속도로 건설 공사가 시작되면서 사실상 반지하 주택이 됐다. 탁 트였던 집 앞에는 도로 공사로 인해 옮겨진 묘지가 새로 생겼고, 숲이 있던 집 뒤에는 철제 방음벽이 들어서면서 삭막한 분위기로 변했다.

귓속을 때리는 소음도 온종일 이어지고 있다. 바로 옆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소음이 날아드는 데다 2014년 개통된 국도 3호선 대체 우회도로(의정부 장암~동두천 상패, 26.9㎞)에서 발생한 차량 소음이 방음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탓이다.

이씨는 "이 상황에 고속도로마저 개통되면 더 큰 소음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주민들의 고통을 '나 몰라라'하는 정부가 야속하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기가 막힐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마을의 나머지 10여 가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와 한국도로공사가 주민 피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보다 민원을 낼 때마다 땜질식 처방만 내놓은 결과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 홍모(60)씨는 "민원을 낸 후, 마치 보복하듯 방음벽만 늘려가며 주민들을 감옥 아닌 감옥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이는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주민들은 올여름 다가올 장마철도 또 다른 근심거리다. 대대적인 도로공사로 토사가 흘러내릴 우려가 커진 것이다. 실제로 20㎜ 안팎의 비가 내린 지난 5일에는 공사장에서 나온 토사가 마을로 흘러들어 하수구가 막힐 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다른 이모(62)씨는 "대책 없는 공사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데도 한국도로공사는 주민 의견수렴 등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묵시적 살인행위나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구리포천건설사업단 관계자는 "주민들의 불편은 알지만, 현행법상 토지 추가 수용은 어렵다"며 "빠른 시일내 사업시행자인 서울북부고속도로주식회사와 함께 주민들을 만나보고, 불편·불만사항을 수렴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양주/이상헌·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