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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인천시 동구 중앙시장 주민들이 지난 28일 발생한 싱크홀의 보강작업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싱크홀 인근 많은 주택에 금이 가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주민들이 큰 불안에 싸여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
폭발소음 심해 생활 어려워
민원에도 시공사에 주의 뿐
싱크홀 사고후에야 대책회의"평생 모은 재산은 이 건물 한 채밖에 없는데 망가지고 있으니 막막하기만 하네요."
29일 오후 1시께 인천시 동구 송현동의 한 3층 건물. 이 건물의 주인인 나안순(79) 할머니는 금이 간 벽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7년 전에 지어진 나 할머니의 건물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아침저녁으로 방에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건물이 흔들렸고, 목욕탕 타일이 떨어지거나 건물 곳곳에 금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달 갈라진 벽 틈을 메우고, 벽지를 바르는 공사를 했지만 10일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틈이 벌어졌다. 나 할머니는 "집이 흔들릴 때에는 아예 옥상을 올라가거나 집 밖을 나갈 정도로 심한 어지럼증을 느낀다"며 "집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나 할머니의 건물은 지난 28일 가로 3m, 세로 10m, 깊이 6m의 싱크홀이 발생한 지점(경인일보 3월 29일자 23면 보도)과 1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주민들은 인근에서 진행 중인 터널공사 때문에 건물 등에 균열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8일 발생한 싱크홀도 터널 상층부가 일부 무너지면서 흙이 함몰돼 빚어진 사고였다. 터널은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김포구간 중 일부로 인천 북항에서 서구 원창동 5.6㎞ 길이로 지하에 건설될 예정이다.
인근에 있는 김순애(77) 할머니의 집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날 방문한 김 할머니의 집은 싱크대가 주저앉았고, 물이 흘러넘쳐 주변에는 노란 곰팡이가 슬었다. 화장실 벽 가운데가 툭 튀어나와 내려앉은 것처럼 보였다.
김 할머니는 "집 유리창이 '바르르' 떨릴 정도로 폭발 소음이 심하다"며 "처음엔 깜짝 놀라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인천중부경찰서, 인천 동구청, 인천시청, 국토교통부, 도로 시행사인 인천~김포 고속도로(주)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기관들은 '자신들의 책임 업무가 아니다'라며 시공사인 한라건설에 주의를 주었다고만 했다.
인근 주민 장회숙(59·여)씨는 "민원에 대해 '모르쇠'로만 일관하더니 주민들이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며 "도로가 아닌 집터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건물이 무너졌으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도로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자 관계기관들은 29일 오전 구청 대회의실에서 주민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와 인천시, 동구, 한라건설 등은 "공사를 중지하고,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진단을 실시하겠다"며 "안전성이 확보되면 주민들도 공사 현장을 확인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 주민은 "관계기관에서는 그동안 수차례 안전하다고 말했지만 사고가 나지 않았느냐"며 "관계기관들이 하는 말을 하나도 믿지 못하겠다. 주민들 의견도 제대로 묻지 않고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