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난민신청을 한 아프리카인에게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고 강제 송환시키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난민인권 보호라는 법 취지를 망각한 채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 서부지역의 부르키나파소 국적의 A씨는 2010년 이슬람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하려다가 이웃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이슬람 신자가 많은 부르키나파소에서는 2012년 수도 와가두구의 천주교 학교 십자가 유니폼에 항의하는 이슬람교도 학부모 시위가 있었고, 대주교 회의에 대한 항의시위가 잇따르는 등 종교 갈등이 심각했다.
종교적 박해를 받던 A씨는 지난해 10월 31일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하지만 A씨는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했던 터라 영어로 된 난민신청안내서에 난민신청 의사가 없다고 잘못 기재했다. 또 입국장에서 입국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의 입국 목적이 불명확하다고 판단해 송환대기실로 신병을 이전했다. 이에 A씨는 보름여 뒤 송환대기실에서 "종교적 박해로 인해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하며 난민신청을 했다.
하지만,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진술에 앞뒤가 맞지 않는데다 입국 보름이 지난 후에야 난민 신청을 하는 등 신빙성이 없다"며 A씨에게 난민인정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 같은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결정이 재량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영어로 난민신청을 해야 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고, 난민신청의 이유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인천지법 행정1부(부장판사·임민성)는 A씨가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청구에 대해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난민들의 인권향상을 위해 원칙적으로 난민신청자들에게 난민인정심사를 받을 기회를 보장해야 함에도 A씨는 난민인정심사를 받아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강제 출국당하게 될 우려가 있어 보인다"며 "A씨가 실제 해당 국가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지 심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