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대교 건설 후 제방 무너지기 시작"

  • 김주엽·김종호 기자
  • 발행일 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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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상용리 월선포 선착장 인근
흙·돌 유실… 곳곳서 붕괴·침식
주민 "물길 변화 유속 빨라진 탓"
36개 교각, 원인 지목·대책 요구
郡 "다리와 무관 해수 흐름 영향"


강화도와 교동도를 잇는 교동대교(3.4㎞)가 건설된 이후 물길이 바뀌고 유속이 빨라져 인근 제방이 붕괴·침식되고 있다며 주민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22일 낮 12시께 인천시 강화군 상용리 월선포 선착장 인근 제방. 제방 곳곳에서는 흙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4~5m 너비의 제방은 곳곳이 떨어져 나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정도였다. 일부 구간은 이미 제방의 상당 부분이 유실돼 폭이 1m도 채 남지 않았다.

월선포선착장 인근의 용정방조제는 지난해 5월부터 제방을 지탱하는 돌이 바닷물에 유실되면서 일부 구간이 무너져 내리자 강화군이 최근 보수 공사를 마쳤다.

지난 2013년에는 1㎞(상부 폭 8m) 길이의 제방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제방 안쪽에 있던 양식장(8만9천100여㎡)의 숭어와 대하 4만여 마리가 모두 바다로 쓸려나가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위치도 참조

교동 주민들이 제방이 무너져 내린 원인으로 교동대교를 지목하고 있다. 강화와 교동 사이를 흐르는 바다는 평소 때도 유속이 빠른 곳인데, 다리 교각까지 만들어지면서 물살이 더욱 빨라지면서 이곳 일대가 침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동대교는 왕복 2차로로 만들어졌으며, 50m 간격으로 총 36개의 교각이 설치돼 있다.

주민들은 "2010년부터 둑 앞쪽으로 완만하게 펼쳐져 있던 갯벌이 쓸려나가 둑을 쌓은 돌이 유실되기 시작했다"며 "교동대교 건설공사로 물길이 바뀌고 유속이 빨라져 둑 붕괴와 해안지형 변화에 직접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용리 제방 안쪽에서 숭어와 대하양식을 했던 송성호(56)씨는 "1987년 제방이 만들어진 후 지금껏 이런 상황이 벌어진 적이 없다"며 "30년 가까이 멀쩡하던 둑이 다리건설 이후 무너져내린다면 옹진군에서 조사를 하거나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강화군은 이 일대 제방이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교동대교 건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주민들과 정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군 관계자는 "월선포선착장 인근 제방들의 흙이 유실되고 있어 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다리 건설을 위한 사전환경성 검토서 등을 봐도, 침식에 의한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고, 자연스러운 해수의 흐름에 따라 침식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김종호·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