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뉴스테이 설계 '신생법인' 맡다니

2개 100억 이상 대규모 사업 '수행능력·실적 의구심' 자격 논란
업계전문가, 수의계약 자체 이해못해… 도공 "충분히 능력있다"
  • 홍현기 기자
  • 발행일 2016-07-27
인천도시공사가 인천 부평구 십정2구역과 동구 송림초교 지역에서 추진하는 1조원대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 사업의 설계를 담당하는 업체가 지난해 4월 설립된 신생법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설계 업계에서는 도시공사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할 예정인 설계업체가 2개 사업을 모두 맡은 데다, 사업수행능력이나 실적 등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인천도시공사에 따르면 주거환경개선사업과 뉴스테이를 연계해 추진되는 십정2구역과 동구 송림초교 사업에 설계업체로 인천소재 S사가 들어가 있다. 업계와 채용정보 사이트 등에 따르면 S사는 지난해 4월 설립된 법인으로 나와 있다.

도시공사 내부에서도 당초 십정2구역 설계용역의 51%를 담당하기로 했던 S사의 자격과 능력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40%로 분담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송림초교의 경우 S사가 설계 주관업체로 돼 있고,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건축·설계 업계 사정에 능통한 한 인사는 "아파트 설계의 경우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데 신생법인이 이를 맡은 것은 신기한 일"이라고 했다.

특히 십정2구역의 경우 약 5천700세대, 지상 49층 초고층 대규모 아파트를 건립해야 한다는 점에서 설계공정의 어려움이 일반 아파트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S사와 함께 십정2구역 설계를 담당하는 서울소재 업체 G사(60% 분담)조차도 관련 업계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법인이다.

G사의 보유 기술자나 실적 등을 살펴봐도 초고층 아파트를 설계할 만한 수준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국내 기업 신용평가 전문업체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보면 G사의 최근 3년간 매출액 규모는 연간 11억~36억원 정도다.

신생사나 소규모 설계회사가 단일 설계비가 90억원이 넘는 십정2구역 설계업체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자격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의계약으로 설계업체를 선정한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민간사업의 경우도 설계업체를 선정할 때 대부분 현상공모를 하고, 설계업체가 시행사·시공사 등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사례가 있더라도 지명현상공모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친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국내 메이저 건축사사무소의 한 임원은 "우리의 경우 수의계약으로 설계용역을 따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설계가 90억원짜리를 수의계약했다면 누가 정상적으로 보겠느냐"며 "초고층 대형 아파트 단지의 계획설계와 실시설계를 하려면 최소 10인 이상이 필요한데, 선정 업체를 보면 기술자 수 등이 이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G사의 경우) 아파트를 설계한 경험이 있고, 세대 수가 많다고 해도 한 동을 설계한 뒤 이를 복사해서 배치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능력이 있다고 본다"며 "해당 업체는 이미 기본설계를 마쳤고, 일정대로 잘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