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안 '훤히 보이는' 인천2호선

  • 신상윤 기자
  • 발행일 2016-08-09
교량과 불과 10여m 거리 주택가
사생활 침해 우려 창문도 못열어
주민 "市 아무런 조치안해" 분통
방음벽 부족 '소음 공해'도 고통


"저녁만 되면 집 안이 보일까봐 불을 끄고, 커튼을 치고 살고 있는데 이게 사람이 사는 집인가요?"

잦은 고장으로 이용객들의 교통 불편을 일으키고 있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 이번엔 사생활 침해 논란에 빠졌다.

지난 5일 오후 8시께 인천 서구 검암동의 한 공동주택 4층 가정집. 집주인 김모(38) 씨는 주변이 어둑어둑해지자 거실과 안방·작은방의 불투명 창문을 모두 닫았다. 혹시나 싶어 커튼도 쳤다.

김 씨는 "인천 2호선이 시운전을 시작하고 정식 개통한 뒤로는 아무리 더워도 밤에 창문을 열지 않는다"며 "불을 켜 놓고 문을 열고 있으면 전동차 안에서 집 안이 훤하게 다 보이는데 어떻게 마음 놓고 있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의 집은 인천 2호선의 공촌사거리~옛 백석초등학교 사이(검바위역·검암역 등 2.69㎞ 구간)에 놓인 지상 교량과 불과 15m도 떨어져 있지 않다.

교량 양옆으로 김 씨의 집과 같은 공동주택 28채가 나란히 서 있다. 창문은 대부분 닫혀 있었고,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내부를 가린 가정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인근에 사는 이모(54·여) 씨도 "도시철도가 인접해 있어서 역세권 혜택을 받겠다고 생각하겠지만, 6분마다 한 번씩 모르는 사람이 집 안을 들여다 본다고 생각하면 '웬수철'이란 생각만 든다"면서 "인천시는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소음 공해도 심각하다. 소음·진동관리법은 도시철도 소음 기준을 주간(오전 6시~오후 10시) 50㏈A, 야간(오후 10시~익일 오전 6시) 45㏈A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6분에 두 번씩 마주 달리는 도시철도의 소음은 수면을 방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크게 들렸다.

이날 오후 8시 30분 김 씨의 집에서 디지털 소음측정기로 도시철도가 지나갈 때 소음을 측정한 결과 최대 76.1㏈A로 나타났다. 이 동네 주민 윤모(36) 씨는 "2호선이 운행을 시작한 뒤로 밤에는 오전 1시 운행 종료 때까지 잠도 못 자고, 아침엔 오전 5시 30분 첫차 운행 때부터 잠을 설치기 시작한다"며 "잠을 제대로 못 자니 회사에서 자꾸 졸게 되고 신경도 예민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인천 2호선의 이 구간은 전체 2.69㎞ 가운데 685m만 사생활 보호와 방음역할을 하는 방음벽이 설치돼 있다. 이마저도 대인고(방음벽 길이 200m)·서인천고(150m)·간재울중(195m) 등 학교가 대부분이며, 주택가는 서해그랑블아파트(140m) 뿐이다.

한국기계연구원 관계자는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나 대구도시철도 3호선은 열차가 특정 구역을 지나갈 때 창문이 흐려지는 시스템(창문 자동 흐림 장치·Mist Window)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 기술을 차량에 적용할 경우 사생활 침해 논란 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창문을 흐리게 만드는 기술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봤다"며 "차량 운행속도를 낮춰 소음을 줄일 방법을 검토 중이다. 방음벽이나 가림막 추가설치는 현재 차량이 운행 중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신상윤기자 ss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