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철도 2호선 역사와 열차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은 물론, 화재 등 재난상황 발생 시 장애인들의 대피로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인천도시철도 2호선 가좌역은 화재 등 재난상황 발생에 따른 승객들의 피난 경로를 최단대피경로와 특별피난경로 등으로 구별해 뒀지만 두 경로 모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채 계단만 있는 탓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등의 이용은 불가능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하면 엘리베이터 운행이 자동으로 중단되기 때문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타인의 도움이 없이는 사실상 탈출할 길이 없다. 석남역과 서부여성회관역 등은 특별피난경로가 없어 출입구 계단을 이용해야만 재난상황 발생 시 지상으로 나올 수 있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하고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화재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 탈출할 길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도시철도 역사 27곳 모두 엘리베이터가 중단됐을 때 휠체어가 계단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이동식 리프트 등의 대체 시설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특별피난경로의 경우 계단 폭이 2m 수준에 불과해 휠체어 한 대를 여러 사람이 들고 올라간다고 했을 때 사실상 통로를 막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도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장애인과 같은 재해 약자·동반자의 피난 동선과 피난 방법 등을 세우고 게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장애인들의 피난 동선이나 피난 대책 등은 다시 한 번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장애인 단체의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오는 11일 인천시와 함께 장애인 관련 시설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인천가좌역 등 일부 역사의 화재 발생시 문제점 등은 역무원들이 장애인들을 우선 구조하는 방법 등을 세워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상윤기자 ss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