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지난달 30일 시내버스 노선 절반 이상을 개편한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빗발치는 민원에 일부 노선을 재조정했다. 학생이나 직장인 등 출·퇴근 시간대 주로 버스를 타는 이용객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미흡한 버스 노선 개편으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인천시는 11일 버스노선조정분과위원회를 열고, 송도국제도시에서 출발해 남동구 만수동 등을 지나는 6번 버스 등 17개 시내버스 노선을 재조정했다.
이날 조정한 노선들은 여러 곳의 초·중·고교와 산업단지 등을 경유하는데, 지난달 30일 버스 노선 개편 이후 통근시간과 출·퇴근 시간이 오히려 길어졌다는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시는 기존 버스 노선 212개 가운데 53%를 변경·폐선·신설해 200개 노선으로 개편했다.
굴곡진 노선을 펴고, 중복 노선을 폐선하면서 통학·통근 때 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하는 거리나 환승으로 인한 대기시간이 크게 늘었다는 민원이 많다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시내버스 노선 개편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천시가 접수한 노선 관련 민원은 총 4천444건으로 하루 평균 404건에 달한다.
각 학교 여름방학이 끝나는 이달 중순 이후 '통학 대란'을 우려한 인천시는 결국 일부 노선을 학생들 편의에 맞게 조정했지만, 노선 조정이나 배차 간격 줄이기 등을 요구하는 지역이 아직 많아 민원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평구 부개1동에 사는 한 주민은 "부평역에서 부개1동을 거쳐 송내역으로 다니던 버스 노선들이 전부 백운역과 동수역을 거쳐 송내역으로 가도록 변경됐다"며 "부개1동 주민들 생활권은 부평역인데, (버스 노선 개편으로) 마을버스 1대만 부평역으로 운행해 불편이 크다"는 글을 인천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제안한다' 코너에 올리기도 했다.
인천시는 지난 8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2개월 동안 민원대응반을 운영해 버스 노선 관련 민원 분석을 통한 노선 조정 등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일부 버스 노선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버스 이용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이뤄진 노선 개편이 시민 혼란을 가중시키고, 행정력 낭비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바쁜 통학·통근 시간대에 일부 지역에서 기존보다 길어진 대체노선 환승 시간 등을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제기되고 있는 버스 노선 관련 민원에 대해선 현장조사 등을 통해 분석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