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무사통과" 못 믿을 공조기

  • 정운 기자
  • 발행일 2017-05-18
오피스텔·대형주상복합 등
건물공기질 관련 규정 미비
필터교체·부품정비 늦어져
외부서 여과없이 유입 주장
"실내 더 나빠" 입주민 불만


"바깥의 미세먼지를 그대로 실내로 들여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닙니까."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건물 공기질을 결정하는 공조기에 대한 기준이 없어 주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반 아파트와 달리 '커튼 월(curtain wall)' 방식으로 시공한 아파트는 공조기를 이용해 내·외부 공기를 순환시키지만, 부품정비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외부의 미세먼지가 여과 없이 실내로 유입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동욱(66)씨는 최근 집 안에 설치된 배관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최근 내부 공기상태가 좋지 않다고 생각을 하다가 공조기와 연결된 배관에 망을 씌워 확인해 보니 시커먼 먼지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2011년 입주를 시작해 600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이 아파트는 '커튼 월' 방식으로 시공돼 창문의 크기가 작다.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해서는 외부의 공기를 필터를 통해 여과시켜 건물 내부로 공급하는 공조기를 이용한다.

주민들은 "우리 아파트 공조기의 경우 교체주기가 1년으로 알고 있는 데도 관리사무소 측이 공조기의 필터교체 주기나 사용 연한도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며 "입주 후 지금까지 공조기 필터를 한 번도 교체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오히려 건물 바깥보다 내부의 공기가 더 나쁜 것 같다"며 "제도적으로 이를 규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관과 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는 법으로 공기질을 측정하는 등 관련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김 씨와 같은 공동주택과 관련한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연수구 관계자는 "실내공기질 관리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대상이 다중이용시설이며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공조기 필터 교체주기가 1년인 것은 맞지만, 이는 공조기 가동시간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 아파트는 입주한 지 6년이 됐지만, 그동안 공조기를 가동한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필터 기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올해 중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