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대형사업 특정업체 '싹쓸이 수주' 또다른 비결은?]퇴직 후 관급공사 영업뛰는 '건설마피아'

  • 강기정·신지영 기자
  • 발행일 2017-08-10 제1면

부단체장 등 건설분야 요직 출신
업계 '북부 맹주' KG에 10명 포진
이엠도 여러명… "유리할수밖에"
윤리위 '유관기관 취업' 못걸러내


경기도 대형 관급공사를 특정 지역업체가 도맡아 수주하는 쏠림현상(8월 9일자 1면 보도)의 이면에는 전직 건설직 공무원들이 주축이 된 '건설 마피아'가 있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퇴직 공직자들이 지역 건설업체는 물론, 설계를 담당하는 건축사사무소 곳곳에 포진해 관급공사 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9일 경기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도 건설교통국장을 거쳐 부단체장을 역임한 고위 공직자 A씨는 퇴직 8일 만인 지난 2013년 3월 14일 의정부 소재 KG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술직 공무원인 A씨는 경력 대부분을 도시주택국, 건설도시정책국 등 건설관련 직무에서 쌓았다.

도 북부권의 업계 맹주로 알려진 KG엔지니어링에는 A씨뿐 아니라 도 신도시개발과장·도시정책과장·신도시정책관 등 건설분야 요직을 거친 B씨도 사장 자리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G엔지니어링에는 이들을 포함해 전직 공무원 10명 정도가 포진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선 6기 경기도 건설기술심의위원회를 거친 관급공사의 70%를 싹쓸이 수주한 것으로 알려진 이엠종합건설에도 부단체장 출신 전직 공무원과 서기관(4급) 출신 등 너댓명의 전관(前官)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기술심의위원은 "업계로 자리를 옮긴 전직 공무원들의 주요 역할은 '영업'이다. 발주처 입장에서도 선배들이 가 있는 업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면 입찰 자격 설정 등 여러 면에서 특정업체에 유리한 조건을 설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건설업계 관계자는 "KG엔지니어링은 도 북부의 관급도로사업을 많이 수주하는 데 그 이유가 '관피아' 아니겠냐"면서 "경기도청뿐 아니라 일선 지자체 국장급 건설직 공무원도 '퇴직하면 우리 회사로 와달라'는 요청을 퇴직 몇 년 전부터 받는다"고 귀띔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직 공무원의 사기업 취업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취업제한 기준이 '밀접한 업무 관련성 유무' 등으로 까다로워 유관기관으로 재취업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이를 거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건설직 공무원이 어떻게 건축사사무소 등에 취업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도 공직자윤리위원회 측은 "취업 심사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으로, 심사위원들이 업무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KG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관급공사를 많이 한다는 것은 오해이며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전직 공무원들이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강기정·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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