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美 TSA 비상보안지침에 '대혼란 불가피']따르면 승객 불편·미루면 취항 중단… 국제적 망신 당하나

  • 홍현기 기자
  • 발행일 20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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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협조·미이행땐 전자기기 반입금지 등 경고 속수무책
시간 부족땐 정부가 지침적용 유예 요청 대안 목소리도


인천공항에 미주 항로를 운영하는 11개 항공사는 미국 교통안전청(TSA)의 비상보안지침에 대비하지 못하고 기한인 다음 달 27일을 맞이할 경우 대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항공기 지연 출발이 속출하고, 기내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되는 등 미국 당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TSA가 지난 6월 미국 노선이 있는 항공사에 보낸 비상보안지침(Emergency Amendment)에 나와 있는 장기조치에는 전 승객을 대상으로 하는 보안질의 방식과 질문 내용 등이 명시돼 있다.

TSA는 보안질의를 통해 '선별검색대상자(Selectee)'를 구분한 뒤 이들에 대해 정밀질의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픽 참조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밀질의 대상에 대한 기준도 나와 있는데, 이에 따르면 승객이 100명이라면 최소 30명은 대상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천공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기는 하루 40여편 정도인데, 대부분 승객 수가 100명을 넘는다. TSA가 요구한 대로 인터뷰를 진행하려면, 1명당 최소 2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항공사들의 설명이다. 100명을 2분씩만 잡아도 탑승시간이 3시간 이상 걸리는 셈이다.

여객은 빨라도 탑승 1시간 전에 게이트에 도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를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보안질의로 승객이 밀리면 1~2시간씩 항공기가 지연 출발하는 일도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항공사들은 입을 모았다.

미국 국토안보부의 존 켈리(John F. Kelly) 전 장관(현 백악관 비서실장)은 지난 6월 당시 보안지침과 관련해 "협조하지 않거나 천천히 받아들이려고 한다면 항공기 내 전자기기 반입금지나 미국 취항 중단 등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인천공항에서 환승해 미국으로 가려던 승객이 노트북 등을 공항에 버리고 가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 12연패를 달성한 인천공항이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항공사는 국토교통부나 인천공항공사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소한 미국행 항공기 탑승게이트를 한곳에 모아 별도의 구역을 만들어야 TSA 지침 이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필리핀 마닐라 공항의 경우 미국 직항 노선을 운영하는 곳이 델타항공 한 곳인데 탑승게이트를 둘러싸고 별도로 유리 칸막이를 설치해놨다. 싱가포르 공항의 경우도 미주행 탑승게이트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TSA의 보안지침에 대비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면, 정부가 나서 지침 적용 유예 등을 요청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경우 내년 초 제2여객터미널 개장,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준비 등 특수한 상황에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