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TSA '미주항로 비상보안지침' 속타는 취항사]불보듯한 지연 출발 사태… 인천공항, 남의 집 불보듯

  • 홍현기 기자
  • 발행일 2017-09-14
내달까지 인터뷰등 요구… 공사 "항공사가 할일"
"1대당 2~3시간 소요" 업계, 별도시설 설치 목청


테러 방지를 위해 미국 직항 노선의 보안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미국 교통안전청(TSA)의 긴급 지침으로 인천국제공항에 취항한 항공사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인천공항에 미주 항로를 운영하는 11개 항공사는 다음 달 27일까지 TSA의 보안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취항 중단이란 최악의 사태까지 불러올 수 있다며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 등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TSA는 지난 6월 미주 항로가 있는 전 세계 항공사에 비상보안지침(Emergency Amendment)을 보냈다.

TSA 상부 기관인 미국 국토안보부는 "9·11테러 이후에도 항공기를 대상으로 한 여러 테러 시도가 있었다"며 "테러리스트들의 항공 영역에 대해 새로운 테러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당시 비상보안지침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지침에는 전자기기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는 '단기조치'와 전체 승객을 대상으로 보안질의(Security Interview) 등을 하라는 내용의 '장기조치'가 포함돼 있다. 단기조치는 7월 19일, 장기조치는 10월 26일까지 완료하게 돼 있다.

장기조치 기한이 한 달여 남짓 남은 상황인데, 항공사들은 전혀 대비를 못 하고 있다. 13일에도 미국 노선이 있는 인천공항 취항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11곳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TSA의 장기조치를 이행하려면 미국 노선 승객을 위한 인천공항 내 별도의 구역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항공사들의 설명이다. 인터뷰를 마친 미국행 승객을 다른 승객과 분리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인천공항공사 등에서 시설 개선이나 터미널 재배치를 추진하지 않고는 장기조치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11개 항공사의 공통된 목소리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 등 관계기관들은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사가 각자 탑승 게이트에서 인터뷰를 하고 항공기에 탑승시키면 된다"며 "항공사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항공사, 항공사들과 함께 3차례 회의를 했고, 어느 정도 협의가 됐다. 양측이 현장을 확인하고 잘 협의가 돼서 결론이 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항공사 관계자는 "보통 미주행 항공기에는 100명이 넘는 승객이 타는데, 한 사람당 2분씩만 따져도 3시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승객 인터뷰하다가 2~3시간 항공기를 지연 출발하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고 토로했다.

TSA는 비상보안지침을 위반하는 항공사에 대해 항공기 반입물품 제한, 취항 중단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