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 인천공항 가보니]질의방식 제각각, 준비 덜된 '미국행 보안강화'

  • 홍현기 기자
  • 발행일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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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통안전청(TSA)이 전 세계 항공사를 대상으로 자국 직항 노선 보안강화 조치 시행에 들어간 26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로스앤젤레스 행 대한항공 KE017편 탑승게이트가 붐비고 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


장소·내용 달라 수속과정 혼선
대한·아시아나 유예, 대란 피해


미국 교통안전청(TSA)이 26일부터 전 세계 항공사를 대상으로 자국 직항 노선 보안강화 조치(9월 14일자 1·3면 보도)를 시작하면서 인천국제공항 곳곳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특히 우리 정부는 양대 국적항공사에 대한 TSA의 유예 조치에도 불구하고 항공사 별로 적용되는 보안강화 조치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미숙한 대응으로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26일 오후 2시 30분께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 18번 게이트. 로스앤젤레스 행 대한항공 KE017편 탑승이 시작되자 게이트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나온 보안 요원들은 전체 승객을 대상으로 게이트 입장 전 간단한 질문을 했다. "공항에 물건을 놔두고 간 적이 있었나요?"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달받은 물품이 있나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보안강화 조치 시행을 각각 내년 2월과 4월까지 유예받았지만, 게이트 앞에서는 전체 승객을 대상으로 보안 질의를 해야 하고 의심 승객을 선별하는 보안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유예 조치를 받지 못한 국적 LCC(저비용항공사)와 외국 항공사의 경우 체크인 카운터와 환승 검색대에서도 보안 질의를 해야 한다.

 

국토부는 TSA 소속 전문교관을 초빙해 항공보안 종사자를 상대로 보안검색기법 실무교육도 하고, 각종 시설을 보완하는 등 미국행 승객 보안조치 강화에 철저하게 대비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국토부의 설명과 다른 보안강화조치를 하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미국행 항공기 탑승게이트 앞에 의심승객을 구별하는 보안인력은 배치했지만, 개별 승객에 대한 보안질의는 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TSA로부터 유예를 받으면서 대한항공과 다른 조치를 받았고, 보안질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보안질의를 한다고 연락을 받았었다"며 "왜 달라졌는지를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보안조치 유예를 받지 못한 LCC의 경우 이날 체크인카운터에서 보안질의를 하는 등 TSA 조치에 대한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일부 노선의 경우 탑승권 발권 대기 시간이 길어졌지만, 승객들의 협조로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괌 노선을 운항한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탑승시간 3시간 전부터 체크인 카운터를 오픈하는데 이보다도 일찍 오신 분이 많아 카운터를 조기에 열었고, 큰 혼란 없이 체크인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항공사 별로 각기 질의 방식이 달라 각 항공사의 조치가 TSA의 기준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해 보였다. TSA 점검 시 부적합 판정을 받을 경우 항공기 반입 물품 제한 등 조치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별도 보안인력을 배치해 승객이 줄을 서고 있을 때 보안질의를 했다. 진에어의 경우 카운터에서 직접 질의를 했는데, 질문내용은 간단했다.

 

이날 오후 LCC 항공편을 이용해 호놀룰루(하와이)로 간다는 한 40대 여성은 "어디 호텔에서 묵는지를 물어보는 질문 외에 별다른 질문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 외국 항공사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TSA의 보안강화 유예 조치가 없었다면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며 "제2여객터미널 개항 이후로 보안강화 조치 시행이 유예된 만큼 유예기간 동안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