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패~청산 구간 안흥나들목]도로 조기개통 "50억 내라"… 서울국토청의 부당한 갑질

  • 오연근·최재훈·김연태 기자
  • 발행일 2017-11-01
동두천시에 유지관리비 요구
국비확보 노력없이 비용 전가
기존 약속 뒤집어 주민 '분통'
완전개통까지 수년간 못쓸판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경기북부 5대 핵심도로사업의 하나인 상패~청산 구간 안흥나들목 조기 개통을 조건으로 동두천시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요구해 접경지역 지자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연천군 등 소외된 접경지역 주민의 교통편의를 위한 도로인데도, 완전 개통 시점까지의 도로 유지관리비 50억원을 내야 내년에 조기 개통시켜 주겠다는 '부당한 조건'을 제시해서다.

31일 동두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17일 국도3호선 대체우회도로 상패~청산(9.85㎞) 연장 사업 중 상패~안흥 구간(3.0㎞)의 조기 개통에 소요되는 유지관리비 50억원을 국비로 지원해 줄 것을 서울국토청에 건의했다.

지난해 공사속도에 맞춰 보완대책까지 마련해 내년 4월 조기 개통을 요청했는데, 올해 초 난데없이 '시가 50억원을 부담하라'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국토청이 요구한 50억원에는 조기 개통되는 내년 4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4년6개월 간의 터널관리용역비 32억원과 전기료 18억원이 포함됐다. 공사 지연으로 사업 준공이 당초 2020년에서 2년 늘어났고, 1.2㎞ 길이의 상패터널이 들어서 준공까지 관리 인력 6명의 인건비 등 터널관리 용역비가 추가로 발생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공문에는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협의를 통해 사업비를 확보하는 방안도 있지만, 사실상 협의가 어려워 우선 개통을 요청한 동두천시가 50억원을 부담해야 개통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서울국토청이 국비 확보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사업비를 전가한 셈이다.

이 소식을 들은 연천군민 2천여명도 지난 6월 '부당함'을 호소하는 건의서를 제출했지만, 서울국토청은 여전히 같은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특히 2015년 서울국토청장이 이 도로 '비전선포식 간담회'에 참여해 우선 개통을 약속했던 터라 주민들의 배신감은 더 커지고 있다.

안흥나들목 조기 개통으로 연천과 강원 철원의 교통량을 외곽으로 유도, 시가지의 교통 정체 해소를 기대한 동두천시는 '50억원'에 주민숙원사업이 가로막히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50억원이면 국도와 지방도 등 총 연장 158㎞에 이르는 시 전체 도로 유지관리비의 2년치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시 관계자는 "이대로면 안흥나들목은 내년 4월 공사를 마치고도 관리비가 무서워 2022년까지 사용조차 못할 것"이라며 "이는 접경지역 주변 지자체의 실정을 깡그리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서울국토청 관계자는 "이들 지자체의 사정은 알지만, 총 사업비 지침상 임시 개통에 대한 사업비를 정부에 요청할 수 없다"며 "추후 기재부와 협의를 통해 사업비 확보 방안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정부·동두천/오연근·최재훈·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