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자화자찬 불구 미공개
부동산가격 부정적 영향 이유
도민 제외 내부용으로만 사용
인구 등 기본현황도 파악안돼
■전문가도 지적 '엉터리' 지도
활성단층선 5㎞ '위험' 표기
피해 광범위해 신뢰 힘들어
경기도가 활성단층에 따라 지진에 대한 지역별 위험도를 표기한 '지진위험지도'를 마련하고도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민의 안전보다 부동산 가격 영향이 더 중요한 셈이다. 게다가 해당 지도는 위험지역 내에 거주하는 인원이나 공공기관의 현황 등 기본적인 자료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경기도의 지진 대책이 '산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포항 지진 발생 이틀 뒤인 지난 17일 남경필 경기지사가 주관하는 주간정책 회의를 통해 '지진방재 종합대책 추진현황'을 논의했다.
그러면서 도는 앞서 지난해 11월 지진위험지도를 완성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해당 지도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활성단층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경기도를 지나는 활성단층선 주변 5㎞를 위험지역으로 표기한 자료다.
그러나 도가 지진방재 대책의 핵심이라고 밝힌 해당 지도는 완성 1년이 지나도록 미공개 상태다.
지진위험도가 공개되면 인근 아파트와 주택 등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황당한 이유 때문이다. 정작 건축물 붕괴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할 도민을 제외하고 공공기관 내부용으로만 사용해 온 것이다.
도는 지진 위험도를 평가해 건축물의 내진을 보강하는 용도로 지도를 사용하겠다고 목적을 설명했지만, 현재까지 실제 활용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 관계자는 "위험 지역에 위치한 공공기관에 우선적으로 내진 보강을 하려고 지도를 만들었다"면서 "아직까지 지도를 활용한 적은 없지만, 내년 내진보강 사업부터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험지역 내 공공기관이 얼마나 되는지도,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지진위험지도의 객관성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경기도 지역을 지나는 활성단층 주변 5㎞를 '위험지역'으로 분류하는 방식을 두고 "5㎞ 안쪽의 위험성이 높다는 설정 자체가 자의적이고 엉터리"라는 지적이다.
도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활성단층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도를 제작했는데, 지질연구원조차 이 같은 설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비쳤다.
지질연구원 관계자는 "지진의 피해는 광범위하기 때문에 몇 ㎞ 이내가 더 위험하다는 판단은 크게 신뢰하기 어렵다. (활성단층에 대한)정확한 운동과 활동 거리를 계산해야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겠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