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아파트 입찰비리

  • 김민재 기자
  • 발행일 2018-01-17
들러리 업체 세워 가격담합
청소용역업 대표 '법정구속'
서류위조·관리소장 뇌물 등
단지대표 결탁 구조적 문제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입찰가를 담합하는가 하면 입찰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등 아파트 입찰비리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인천 남구의 한 청소용역업체 대표 A(50)씨는 2014년 7월 연수구 모 아파트에서 청소용역업체를 선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대표를 찾아갔다.

그는 적격 심사에서 최고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유리한 조건으로 입찰공고를 내달라고 청탁했다. A씨는 이어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이른바 '들러리' 업체들을 내세워 최저가로 사업을 따냈다.

2015년 4월에는 다른 아파트 입찰에 참가하면서 아파트 측이 업체의 재정·신용·고용안정 등을 평가항목에 넣자 퇴직연금 증명서에 기재된 잔고 '1천558만원'의 앞에 숫자 2를 붙여 '2억1천588만원'으로 부풀려 제출했다.

A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에게 용역 수주 청탁을 하고 1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A씨는 이런 수법으로 최근까지 인천·경기 등 수도권 18개 아파트 단지에서 청소용역을 수주했다가 입찰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해 4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인천지역 아파트 단지 44곳에서 조사한 결과 총 238건의 비리가 적발됐는데, 이중 공사용역 분야 비리는 95건. 아파트 입찰비리는 청소·보안·통신·보수·관리 위탁업체가 관리사무소 또는 입주자연합회 임원들과 비밀리에 결탁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2016년에는 입찰가를 담합한 용역업체의 직원 53명이 경찰에 적발됐고, 이들 입건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입찰에 편의를 제공해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동대표 등 21명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2014년에는 폭력조직까지 아파트 용역사업 이권에 개입해 금품로비를 벌이거나 폭력·협박을 동원해 아파트 경비·청소용역을 따낸 사건이 벌어져 9명이 구속되고 입주자대표, 브로커, 관리소장 등 116명이 입건되기도 했다.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한 아파트 동대표는 "일부 아파트 관리 업체 소속의 소장들은 이 아파트 저 아파트를 옮겨 다니며 특정 업체와 결탁해 공사를 맡기는 경우도 빚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아파트 특성상 대부분 주민이 각자 살기 바빠 용역 입찰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아 비리를 저질러 사업을 수주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