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출입문 외부 뚫려 있어
옥내 소화전 동파사고 속출
날씨 풀리면 누수되기 쉬워
불나면 작동불량 참사 우려
필로티 구조 도시형생활주택 옥내소화전(건물 내 간이 소화시설)이 한파에 동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시 피해를 키운 필로티 구조 건물이 한파 시 소방시설 관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15일 남구 숭의동의 한 도시형생활주택에서 필로티 1층 옥내소화전의 밸브(앵글밸브)가 동파돼 물이 새고 있어 소방이 출동했다. 지난 12월 19일에도 비슷한 곳의 도시형생활주택 필로티 1층에 설치된 옥내소화전이 동파돼 물이 새고 있다는 신고가 소방에 접수됐다.
이들 도시형생활주택은 모두 1층이 뚫려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건물 구조로 주로 1층 출입문 옆에 옥내소화전이 설치된 경우가 많다. 공공주택에 층마다 설치돼 있는 옥내소화전은 화재 시 긴급하게 불을 끌 수 있는 간이 소화시설이다.
그러나 아파트의 경우 콘크리트 안에 들어가 있지만, 필로티 구조 도시형생활주택은 1층 출입문 입구 옆에 설치돼 동파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24일 낮 12시께 연수구 연수동의 한 필로티 구조 주거 오피스텔은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왼편에 옥내소화전이 설치돼 있었다. 입구에는 '문 닫아주세요 동절기 한파에 배관이 얼어 동파될 염려가 있습니다'란 문구가 적힌 A4용지가 붙어 있었다.
옥내소화전이 있는 곳은 영하 5도를 가리키고 있어 물이 충분히 얼 수 있는 상태였다.
입구는 유리문으로 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출입이 잦은 곳에 있는 옥내소화전의 경우 외부의 찬 공기가 쉽게 유입돼 소화전 밸브가 얼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밸브가 압력에 동파되면서 누수가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인천에 건설된 도시형 생활주택은 688곳(2015년 기준) 중 93%에 해당하는 639건의 건물이 필로티 구조인 것으로 조사됐다. 필로티 구조 건물은 화재 시 공기가 빠른 속도로 유입돼 연소 속도를 키우고 유독가스가 배출되지 못해 화재에 취약한데, 소방시설인 옥내소화전 동파에도 취약해 화재 시 참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남부소방서 이충헌 소방위는 "최근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로 소방시설이 동파, 누수 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 필로티형 도시형생활주택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소방시설 불량작동은 큰 사고로 이어지므로 헌 옷, 솜 등으로 밸브를 감싸 보온을 꼭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인천 기온은 영하 16도까지 떨어지면서 오전 10시께 옹진군에서는 강모(60·여)씨가 빙판에 넘어져 손목이 골절되기도 했고 오후 4시께 부평구의 한 건물에서는 사설 소화전 누수로 빙판길이 발생해 소방이 안전조치를 했다.
한파가 이어진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인천지역 수도계량기 동파 피해(오후 5시 기준)는 161건으로 24일 하루만 147건이 접수됐다.
/윤설아·김태양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