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송도 첫 출몰, 동일종 의심
가구 등 기생 외래 혹파리 특정만
현재까지 연구 '추정단계' 머물러
발생때마다 건설사 '타협' 일단락
근본 해결 못해 입주민 피해 반복
경기 남부지역 신축 아파트에 날벌레때가 창궐해 입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10년 전인 지난 2008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신축아파트에 출몰한 정체불명의 날벌레떼와 동일한 종으로 추정된다.
당시 날벌레의 정체와 발생 원인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됐지만 아직도 정확한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않아, 정부나 건설업계 차원의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날벌레떼 진원지는
2008년 송도 신축아파트에 출몰한 날벌레떼를 연구했던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연구팀은 이 날벌레의 정체를 중국, 인도 등지에서 서식하는 외래 혹파리로 특정했다.
또 붙박이장 등 가구 자재 PB(파티클보드) 절단면에 생긴 곰팡이를 먹고 기생하는 특성도 밝혀낸 바 있다. 연구팀은 날벌레떼 발생원인을 자재 수입과정이나 보관장소 문제 등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연구의 진척 없이 여전히 '추정'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같은 외래종인 '솔잎혹파리', '아까시잎혹파리' 등은 정식 명칭이 붙은 것과 달리 신축아파트에서 발견된 이 날벌레는 이름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또 솔잎혹파리 등의 외래종들은 묘목류 수입과정에서 국내로 유입된 원인이 밝혀지고, 검역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피해 대책까지 연구를 통해 규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키는 신축아파트 날벌레에 대해 당국은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송도 날벌레떼 출몰 당시 연구를 진행했던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박사는 "정확한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선 가구회사, 원자재를 생산하는 공장, 가구를 보관하는 장소, 시공업체 등을 모두 역학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책임소재 규명이 최우선
원자재 생산, 자재수입, 시공단계 등에 대한 정밀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실정이다. 입주민들은 명백한 하자라고 주장하며 날벌레가 나오는 가구를 전면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시공을 맡은 건설사들은 원인을 찾기보다는 방역에 급급한 실정이다.
실제 최근 화성의 동탄2신도시와 남양의 신축아파트도 같은 이유로 시공사와 입주민 간 갈등을 겪고 있다. 방역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입주민들도 많다.
그동안 신축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날벌레는 4~5월 간 번식하다, 6월로 접어들면서 개체 수가 감소하는 특성과 건설사와 입주민 간 타협이 이뤄져 논란이 일단락되는 경우가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축아파트에서 반복적으로 날벌레떼가 발생해 입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해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종호 농림축산검역본부 계장은 "피해규모가 크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정부기관 차원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승재·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