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거목 잘라내 인도 만들겠다" ?

  • 공승배 기자
  • 발행일 2018-06-13
부평구 아카시아나무 벌목
부평구가 부영공원 내 아카시아 나무를 제거해 인도를 만들려 하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12일 오전 공원에 나무 제거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부영공원내 아카시아 8그루 대상
인도 조성위해 제거 현수막 걸어
"높이10m 둘레가 한아름 넘는데"
주민들·환경단체 벌목반대 촉구

인천 부평구가 부영공원 내 다수의 아카시아 나무를 제거하고 인도를 조성하려 하자 인근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12일 오전 10시께 찾은 산곡동 부영공원. 인천산곡남초등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공원 한편에는 약 10m 높이의 아카시아 나무 8그루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나무 사이에는 '인도 조성을 위해 부득이 나무를 제거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 한쪽에는 누군가 펜으로 적은 듯한 '절대 반대!' 문구가 있었고, 나무 앞에는 '새들과 곤충들에게도 조건 없이 아늑한 쉼터가 되어주는 나무', '벌목으로 이 거목들이 완전히 사라진 산책로를 상상해 보세요' 등이 적힌 인쇄물이 놓여 있었다.

이 아카시아 나무들 둘레는 모두 한 아름이 넘었고, 수령은 15~20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평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이 곳 나무를 모두 제거해 인도를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 학교 정문 앞에는 인도가 설치돼 있지만, 편도 1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부영공원 쪽에는 인도가 없는 탓에 학부모들이 인도 설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구는 6월 초 나무를 제거하기 위해 공원 내에 사전 안내 현수막을 붙였다. 하지만 이를 본 지역 주민들이 벌목에 반발하고 나섰다. 자연 훼손 뿐만 아니라 공원 내 산책로가 마련돼 있어 인도를 조성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12일 공원에서 만난 송모(78)씨는 "나무가 이 만큼 자라려면 십년 이상 걸리는데, 멀쩡한 나무를 왜 갑자기 베느냐"며 "바로 옆에 산책로도 있어 인도가 생긴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닐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도 벌목에 반대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정책위원장은 "이곳 아카시아 나무는 부평에서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인천에서도 손꼽히는 크기의 나무"라며 "경관뿐만 아니라 생태학적으로 보더라도 이 나무를 보호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에 부평구 관계자는 "학교 학부모들은 인도 설치를 요구하고, 다른 지역 주민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견을 조율한 뒤 주민들 뜻에 따라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