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2 아파트 노란색만 써" ?… LH, 황당한 규제

주민들 "일방지정 전제국가인가… 노랑계열 우울·불안 느낌" 지적
LH "미관상 통일감·자연조화… 가이드라인 색채 일괄 적용" 해명
  • 김학석·박연신 기자
  • 발행일 2018-07-11 제10면

동탄2 노란 아파트2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구단위계획 지침' 중 경관 및 공공부문 가이드라인에 따라 동탄 2신도시 일대를 4개 권역으로 나눠 색채를 일괄 적용해 주민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노랑 계열 색채를 일괄 적용한 동탄2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동탄2신도시가 개나리입니까? 왜 온통 노란색 아파트 천지인가요?"

한달 전 화성 동탄 2신도시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로 이사 온 이모(45·화성시 목동)씨의 신도시 라이프 환상은 의외의 상황에서 깨져버렸다.

주말 가족과의 산책을 나섰는데, 주변 아파트가 온통 노란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이씨가 SNS에 올린 사진들을 보고 "개나리 도시에 사냐"고 놀리기까지 했다.

이씨는 "우리 아파트만 노랑 계열인 줄 알았는데 동탄 2신도시에 있는 모든 아파트를 살펴보니 노랑 계열이었다"며 "전제국가처럼 왜 아파트를 한가지 색 계열로 통일했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동탄 2신도시가 '개나리 도시'가 된 이유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황당한 색채 통일 방침 때문이다.

10일 LH에 따르면 지난 2010년 7월에 수립된 '지구단위계획 지침' 중 경관 및 공공부문 가이드라인에 따라 동탄 2신도시 일대를 4개 권역(A, B, C, D)으로 나눠 색채를 일괄 적용하고 있다.

이에 신도시 내 위치한 해당 아파트는 평지에 위치해 있어 B 권역에 속하는 상황. 현재까지 동탄 2신도시에 준공 완료·공사 중·공사 예정인 아파트는 26곳으로, 총 2만5천582세대가 이 같은 지침에 따르고 있다.

노랑 계열의 '5R, 10R, 5YR, 10YR, 5Y, 10Y' 색 적용에 따라 비슷한 채색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LH의 일방적인 규제로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가 퇴색된다고 주장하는 주민들도 많다.

서모(52)씨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비싼 값을 주고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동탄 2신도시 안에 위치했다는 이유만으로 동일 색상의 외관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노랑 계열 색채로 인해 우울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윤모(38)씨는 "유명화가인 고흐도 노란색을 '우울하고 불안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사용한 색"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미관상 통일감을 주기 위해 각 권역별로 비슷한 계열의 색채를 적용했다"며 "자연의 조화를 중시함과 동시에 친근한, 개성 있는, 활동적인 이미지를 담아내기 위해 노랑 계열의 색채를 도입했다"고 해명했다.

/김학석·박연신기자 julie@kyeongin.com

비즈엠 포스트

비즈엠 유튜브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