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도로명' 어원]청라 개발한 LH '푸른 보석'으로 해석… 도시 정체성 반영 안돼

  • 김민재 기자
  • 발행일 2018-08-07
정체불명의도로명주소 청라 사파이어로
보석산업 도시 오해 사거나… 있지도 않은 인천타워-송도·청라·영종 등 인천 대표 신도시 내 도로명주소가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무시하고, 개발사업 주체가 작위적으로 부여한 도시 콘셉트로 도로명을 반영해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지어졌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청라국제도시의 '청라사파이어로'와 송도국제도시의 '첨단대로'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담쟁이덩굴蘿 아닌 비단羅로 바꿔
서구위원회도 보석이름으로 반영

교육로·지식대로·아카데미로 혼동
하모니로 '조화·공존' 난해한 의미
'미단'도 도시公 개발사업서 유래

청라국제도시의 도로명이 정체불명의 보석 이름으로 지어진 것은 2000년대 초중반 개발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청라'를 '푸른 보석'으로 해석하면서부터다.

LH는 매립으로 사라진 섬 '청라도'의 한자를 '푸를 청(靑)'과 '비단 라(羅)'로 읽었고, 이를 바탕으로 청라의 경관 콘셉트를 '세계의 푸른 보석 청라'로 정했다. → 표 참조


LH는 청라지구를 3개 구역으로 나눠 각각 에메랄드존(청라1동), 루비존(청라2동), 사파이어존(청라3동)으로 구분했다.

서구 도로명위원회는 2011년 7월 도로명주소 고시에 맞춰 해당 지역의 '메인 도로' 이름에 이 구역명을 그대로 반영했다.

처음에 이 도로명 이름에는 '청라'라는 글자가 들어있지 않고 보석 이름으로만 존재했다.

그러다 2014년께 주민들이 "도로명만으로는 도저히 어느 지역인지 알아채기 어렵다"는 민원을 제기해 보석이름 앞에 '청라'라는 지역 이름을 붙였다. 애초 도시 정체성이 반영되지 않은 도로명이었기 때문에 빚어진 촌극이다.

원래 청라도는 푸른 보석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섬의 모양이 댕댕이덩굴처럼 뻗었다고 해 '청라도(菁蘿島)'라 불렸다고 서구 출신의 향토사학자 이훈익 선생이 1993년 쓴 '인천지명고'는 전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靑羅'에 각각 풀초 변이 붙은 한자다. '菁'은 우거지다는 뜻이 있고, '蘿'는 덩굴을 의미한다.

김현석 전 부평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8세기 이후 자료를 보면 비단 라(羅)가 아닌 덩굴 라(蘿)를 썼다는 기록이 있고 실제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청라고는 이런 지명 유래를 반영해 담쟁이를 형상화한 교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행정구역은 아니었지만, 기존에 에메랄드·사파이어존 명칭을 사용하다 보니 제2의 이름을 짓는 것보다는 도시 콘셉트와 유사한 도로명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푸른 보석은 청라라는 한자음을 가져와서 경관계획을 창조해 낸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송도국제도시도 정체불명의 도로명 으로 혼동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연수구가 정리한 '도로명주소의 유래'에 따르면 송도에는 '교육'과 관련된 도로명이 여럿 존재한다. '송도교육로'는 송도3동 일대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밀집지역 주변 도로를 뜻한다.

그런데 인천대학교 주변으로는 따로 '아카데미로'가 있다. '송도지식대로'도 '여러 대학을 접하고 있는 도로'라는 뜻이다. 그러나 도로명만으로는 도무지 따로 구분하기도, 각각의 속뜻을 알기도 어렵다.

주변 시설을 중심으로 이름 지어진 도로명 가운데 '하모니로'라는 이름이 눈에 띄는데 "송도는 인간·사물·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이며, 다양한 문화·여가·주거가 공존하는 지역"이라는 난해한 의미를 담고 있다.

미단소망로, 미단행복로 등 영종도에서 '미단'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도로명은 인천도시공사가 추진하는 '미단시티'개발 사업에서 비롯됐다.

'미단'은 이름다운 동북아 허브 도시로서의 '아름다울 미(美)'와 사업부지 내 옛 지명인 '예단포'의 단(緞)자를 따와 만들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