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생명 위협하는 '차 나고 사람 난 도로'

  • 손성배 기자
  • 발행일 2018-08-24 제5면

노인
23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만석거삼거리 인근 노인보호구역에서 한 어르신이 위태롭게 길을 걷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도내 183곳 '교통사고' 다발지점
좁은보행로 등 2년간 773명 사상
警 "운전자 계도·단속 등 노력중"


"뭣 하러 돌아가. 곧장 길 건너가면 되는데…."

23일 오후 수원 인계동 소재 A병원 앞 편도 2차로. 이곳 도로에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있고 불과 20여m 떨어진 곳에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는데도 한 80대 노인은 신호까지 무시하며 무단 횡단을 하려 했다.

특히 이곳은 지난해에만 4건의 보행노인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이중 1명이 사망한 장소다.

경찰은 무단횡단 사고 다발지역으로 해당 구역을 관리하며 최근 교통안전 시설을 보강했다.

정부가 이곳처럼 무단횡단에 따른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지점을 집중 관리하고 있지만 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와 도로교통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보행노인 교통사고 다발 지점은 총 183곳으로 사고 건수는 35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같은 지점에서 총 368건의 교통 사고가 발생했다.

2016~2017년 기준 총 726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773명(사망 65·중상 412·경상 252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성남 수진동 중앙시장사거리 부근으로 총 14건이 발생해 8명이 크게 다치고 6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이어 안성 석정동(10건·11명 부상), 부천남부역사거리 부근(9건·9명 부상)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사고 피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행노인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차량 주행속도와 열악한 도로 여건을 꼽았다.

한국교통연구원 임재경 연구위원은 "사고지점에 대해 정책적으로 운전자가 아닌 보행자를 위한 도로 환경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무단횡단이나 과속 등의 행위로 구도심과 주택가 인근 좁은 보행로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설물 보강과 함께 사고 다발 거점에 교통경찰관, 모범운전자 등을 배치해 교통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대중교통 운수업체 운전자 대상 교통 법규 준수 교육을 강화하고 보행노인 계도·단속을 통해 사고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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