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훼손임야 40%이상 방치… 인천시 사고지 실태조사 먼저"

  • 공승배 기자
  • 발행일 2019-01-23

불법훼손지 방치 십정동
파헤쳐진 산 언덕-22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의 한 사고지(불법 훼손된 임야)는 산 언덕이 계단식으로 깎인 상태로 5년 넘게 복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시의회 '개발제한 완화' 움직임에
"77곳중에 복구된지역 43곳 불과"
환경단체 사후관리체계 마련촉구

인천 지역에서 불법 훼손된 임야(이하 사고지)의 40% 이상이 복구되지 않은 채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의회가 사고지 개발 제한 조례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환경단체는 "복구된 땅조차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며 "실태 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의 77개의 사고지 중 복구가 이뤄진 곳은 43곳이다. 전체의 약 44%에 해당하는 34곳의 사고지가 불법으로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전 11시께 찾은 부평구 십정동의 한 사고지는 산 언덕이 4개층의 계단으로 깎여져 있었다. 총면적이 1천665㎡인 이곳은 지난 2013년 불법 훼손 사실이 확인돼 사고지로 지정됐지만, 5년 넘게 복구되지 않고 있다. 논 곳곳에는 쓰다 남은 비료와 폐비닐, 폐현수막 등 쓰레기까지 널브러져 있었다.

관할 지자체에서 복구됐다고 인정한 사고지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후 2시께 찾은 중구 남북동의 한 사고지는 1m 가량 높이의 소나무 150여 그루가 받침 기둥까지 설치된 채 심어져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복구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인위적으로 심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중 100여 그루의 소나무는 이파리에 갈색빛을 띤 채 고사한 상태였다. 기둥이 뽑힌 채 방치돼 있는 나무도 있었고, 그나마 살아 있는 소나무는 10여 그루에 불과했다. 이곳은 2017년 사고지로 지정돼 같은 해 6월 관할 중구가 복구 완료가 확인됐다고 인정한 곳이다.

환경단체는 인천시가 사고지 관리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시의회가 사고지에 대한 개발을 일부 허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례에 따르면 사고지에 대한 개발 행위는 7년 동안 제한되는데, 인천시의회는 '나무가 전체 땅 면적의 70%를 넘지 않으면 개발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담긴 개정안을 지난달 안건으로 상정했다가 시민단체 반발로 보류한 바 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사고지 대부분이 복구가 안 되거나 엉터리로 복구된 상황에서 개발 제한을 풀어주는 것은 불법 벌목을 조장하는 꼴"이라며 "모든 사고지에 대한 실태 조사를 즉시 진행하고 사후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 김종인 건설교통위원장은 "성급하게 조례를 개정할 경우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해당 개정안은 잠정적 보류 상태"라며 "환경단체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으며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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