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 가진 유승건설 사업 포기
인근토지주 '자격상실' 민원제기
서구 위약금소송 해지 불가 해명
실제론 '금지특약' 맺은사실 숨겨인천 서구 검단1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이 대형 건설사의 '체비지 알박기' 논란으로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사업을 추진하려는 업체들과 인근 토지주들은 서구가 대형 건설사의 '알박기'를 두둔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고, 서구의회도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10일 서구와 서구의회에 따르면, 지역 건설사인 A주택과 유승종합건설(이하 유승건설)은 2017년 12월 28일 유승건설이 A주택 소유 토지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A주택과 유승건설은 서구 원당동 810의4 일대 4천㎡ 규모의 체비지 매매계약 당사자를 A주택에서 유승건설으로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이듬해 1월 24일 유승건설은 서구와 체비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했다. 유승건설은 다음 날인 25일 공동주택사업을 주민제안신청 방식으로 지구단위계획을 접수했다.
그러나 서구는 공동주택의 주 출입로 등에 문제가 있다며 2월 6일 지구단위계획 불가를 통보했다. 유승건설은 지구단위계획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업을 포기했다.
유승건설은 3월 8일 A주택에 토지매매금 반환을 요청하고, 공동주택용지 매매계약을 합의 해지한 뒤 공증까지 완료했다.
사업을 포기한 유승건설이 2018년 4월과 7월 2차례에 걸쳐 체비지 중도금과 잔금을 내면서 알박기 논란이 불거졌다.
이미 체비지 인근 토지매입을 해지한 유승건설이 공동주택사업 승인을 받지 못해 사실상 체비지 매입 자격을 상실했다는 게 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서구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유승건설에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고 오히려 중도금과 잔금을 받았다. 구는 아직까지도 유승건설 측에 체비지 소유권을 넘겨주지 못하고 있다. 공동주택사업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체비지 알박기가 된 셈이다.
이에 체비지 주변 토지주들은 "공동주택사업을 추진하려고 서구에 수차례 체비지 매입의향서를 제출했으나 매번 거절당했다"며 "구 담당자가 유승건설에 소유권이 있다며 매입의향서를 받아주지 않아 항의도 하고 민원도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서구의회가 체비지 매매계약 해지를 요청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구 담당자는 "유승건설이 체비지 대금을 전액 납부해 (소유)권리가 있다"며 "구가 일방적으로 체비지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유승건설이 이자와 위약금 소송을 내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구 담당자의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원당지구 체비지 매매계약서' 9조 특약규정에는 주택건설사업 사업계획 미승인 시 매매계약을 합의 해제하고, 계약해제 이후 어떠한 이유로든 추가 환급금액을 '매도인(서구청)'에게 요청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자와 위약금을 요청할 수 없는 특약을 감춘 채 해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유승종합건설이 공동주택사업 승인에 필요한 인근 토지를 확보하지 못해 체비지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도 "유승건설이 '체비지 인근 부지를 더 확보해 주택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해서 매매계약 해지를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서구의회 최규술 부의장은 "지난해 2월 지구단위계획 주민제안신청 불가 판정이 내려졌을 때 바로 체비지 매매계약을 해지했어야 했다"며 "체비지 매매계약을 해지하고 유승건설을 비롯해 사업을 희망하는 사업체와 토지주들 모두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호·박경호기자 provinc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