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시' 공인중개사(下)]넘쳐나는 공인중개사… 시장 '포화', 수입 '양극화' 고통

  • 윤혜경 기자
  • 입력 2019-08-22 17: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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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경기도내 한 신도시의 문 닫은 부동산 업체들. /비즈엠DB

일선 공인중개사 시장은 '포화 상태'
취업절벽 청년층 현혹…현실은 '난감'


계속되는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20·30대 청년들이 많은 수입을 기대하며 공인중개사 시험에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포화상태'인 시장과 '양극화'라는 악재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중개수익 한 건으로 수천만 원을 번 공인중개사가 있는가 하면 월 80만 원을 손에 쥐는 이도 있었다.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은 특성상 '투 잡'을 뛰기도 한다. 취업절벽을 체감 중인 청년층을 현혹하는 "공인중개사 하면 벤츠 몰 수 있다"는 말은 현재로써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공인중개사의 중론이다.

20일 국토교통 통계누리 '시도별 개업공인중개사 등록현황'을 보면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2014년 1월 7만 7천422명 △2015년 1월 8만 1천804명 △2016년 1월 8만 7천668명 △2017년 1월 9만 3천872명 △2018년 1월 9만 9천241명 △2019년 1월 10만 1천792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5년 새 31.5% 증가한 것이다.

시도별로 개업한 공인중개사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였다. 경기지역 개업공인중개사는 2만 8천90명으로 전체 공인중개사(10만 2천75명)의 27.5%를 차지했다.


편의점보다 많은 중개사무소
레드오션에 수익은 '들쑥날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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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로데오거리에서 16년간 상가와 토지 위주로 영업한 공인중개사 이희원 씨의 모습. /박소연기자 parksy@biz-m.kr

실제 기차역과 지하철 1호선·분당선, 환승센터 등이 인접해 전국 최대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수원역 로데오거리와 테마거리 인근만 하더라도 '공인중개사' 간판을 내건 중개사무소가 500여 곳이 넘는다. 로데오거리 일대 편의점 수가 150여 곳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숫자인지 짐작이 간다.

아파트단지부터 소형 주택까지 주거형태가 다양한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도 부동산 중개 시장이 포화상태다. 포털사이트에서 공인중개사무소로 검색되는 곳만 932곳에 달한다.

수원역 로데오 거리와 인계동 지역 모두 사업자등록을 한 공인중개사를 나타내는 숫자다. 공인중개사무소가 보통 소속공인중개사를 비롯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중개보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중개업에 상당수가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부동산 중개시장을 두고 '레드오션'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사무실 월세와 광고비를 내기조차 빠듯한 중개사무소가 제법 된다. 보통 한 달에 '직방'이나 '다방' 등의 광고비로 수백만 원을 내기 때문이다.

화성시 모처에서 소속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A(32)씨는 "지난해 공인중개사에 합격하고 올해부터 일하고 있다. 그런데 주변에 함께 시작한 친구들을 보면 월 80만 원 정도만 버는 이도 많다. 수입이 들쑥날쑥하다. 실상은 굉장히 어렵다"며 "인근에 5곳이 폐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매산동에서 16년간 상가와 토지 위주로 영업한 공인중개사 이희원 씨는 "공인중개사는 일반 회사원처럼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게 아니다. 부동산 계약이나 거래가 성사됐을 때 수익이 들어온다. 수익이 불확실하다"며 "(일이) 쉽지 않다"고 실상을 토로했다. 이어 "일 년에 몇억씩 버는 등 수익이 상위인 사람은 전체의 10% 미만"이라며 "2~30%가 보통 수준으로 벌고 나머지는 생활이 힘들 정도다. 결국, 투잡 등 별도의 업을 함께한다"며 중개수익만 가지고 생활하기가 녹록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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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1~2년간 지속되면서 폐업을 하는 중개업소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화성 동탄신도시 한 부동산 중개업소가 문을 닫은 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비즈엠DB

중개수익 건당 10만 원~수천만 원 편차
상가> 아파트> 오피스텔,원·투룸 순


그렇다면 한 달에 몇 건 정도 계약을 성사해야 이득이 되는 걸까. 이씨는 "중개보수 요율로 봤을 때 아파트 매매의 경우 1건에서 1.5건, 상가는 0.5건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상가의 경우 한 건만 잘 성사해도 높은 수익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50억 원이 넘는 상가를 중개보수, 주택 이외 토지·상가의 상한 요율 0.9%를 적용해 매도자와 매수자에게 총 7천만 원 가량을 받은 적 있다"며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례"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반면 오피스텔이나 원·투룸 임대차 중개를 주로 하는 중개사는 '건수'가 중요하다. 원·투룸 등 소형 주택의 경우 한도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 거래금액이 5천만 원 미만인 매물의 상한 요율과 한도액은 0.5%·20만 원, 5천만 원 이상~1억 원 미만은 0.4%·30만 원이다. 오피스텔은 0.4%·한도액 없음이다.

예를 들어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가 30만 원인 원룸 중개를 했다면, 상한 요율 0.5%를 적용, 부가세를 제외한 중개보수로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최대 13만 원씩만 받을 수 있다. 같은 조건의 오피스텔을 중개했다면 중개보수로 최대 10만 4천 원을 가져간다.

수원역 인근에서 오피스텔 및 원·투룸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최모(44) 공인중개사는 "한 달에 최소 15건~20건을 해야 (생활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A(32)씨는 "원·투룸을 주로 (거래) 하는데, 한 달에 25건 정도 성사했을 때 중개보수로 500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소속 공인중개사의 경우 중개수익을 공인중개사와 계약된 수수료대로 나누기 때문에 비교적 수익이 적다.


"타 분야보단 존재감 있어…활황은 '글쎄'"
"부동산은 특수성 있어…소규모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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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부동산 매매계약서 모습 /아이클릭아트 제공

어떤 유형을 중개하는지, 그리고 몇 건 정도 하는지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는 공인중개사의 삶. 과연 현직에서 일하는 이들은 공인중개사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A씨는 "밝지는 않다. 자격증 취득하는 사람도 많고, 자격증 없이도 중개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어 경쟁이 과열된 게 사실"이라면서 "공인중개사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기는 옛날 얘기다. 확실한 레드오션"이라고 평했다.

이씨는 "세무사나 변호사, 의사까지도 인공지능이 대체한다고 한다. 그러나 중개사는 인공이 대체하지 못한다고 본다. 부동산은 물체에 대한 거래보다 사람 관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면서도 "마지막까지 생존할 순 있지만 갈수록 줄어들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대형마트가 들어서 동네슈퍼가 줄어든 것처럼 부동산·법무사·세무사가 통합한 대규모 법인이 확산해 소규모 부동산이 사라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도 동네슈퍼가 살아있는 것처럼 부동산 시장은 사람을 응대하는 것이란 특수성이 있기에 작은 부동산도 유지될 거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최악의 취업난에 공인중개사라는 시험으로 시선을 돌리는 청년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씨는 "공인중개사, 실상은 쉽지 않다. 하지만 공인중개사가 어떤 직업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구상하고 다양하게 준비를 하면 중개업에서 우수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직업으로는 괜찮다. 현재 자녀가 고3인데, 향후 서른이 돼서도 특별한 직업이 없다면 이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할 정도다. 고객과의 신용을 쌓고 좋은 이미지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면서 "특히 우리는 광고에 미숙한데, 젊은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 젊은 세대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승산이 있다"고 전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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