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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행궁동에서 가장 핫한 커피숍인 '정지영 커피 로스터즈'의 정지영 대표./강승호기자 kangsh@biz-m.com |
오래된 단독주택이 가진 '시간의 멋'을 살린 인테리어로 '수워너(Suwoner, 수원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카페가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만 3만여개의 게시물이 검색되는 '정지영커피로스터즈'다.
해당 카페를 다녀간 이들이 올린 후기를 보면 "감성 카페", "뷰 맛집"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그들이 올린 게시물만 봐도 카페 외부 전경 또는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대다수다.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장소인 셈이다.
이처럼 정지영커피로스터즈가 소위 카페 좀 간다고 하는 수워너들 사이에서 '힙플레이스(Hip+place가 결합한 용어로 주목받는 장소를 의미)'로 떠오를 수 있었던 데는 사실상 수원 토박이인 정지영(35) 사장의 탁월한 위치선정이 주효했다.
2017년 8월 수원시 행궁동에서 시작한 지영커피로스터즈는 개업 순대로 장안문점, 망포점, 화홍문점, 남수문점 총 4개의 매장이 있는데, 망포점을 제외한 3개의 매장이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성곽 안에 위치한다.
특히 1호점에서는 장안문과 성곽의 고즈넉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으며, 3호점에서는 아늑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의 경관을 바라볼 수 있다. 성곽을 걷다 매장을 발견하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는 게 정 사장의 설명이다.
정 사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소풍오던 곳이 수원화성인데, 예전부터 성곽을 걷다 보면 장안문과 방화수류정이 참 예쁘다고 느꼈다"면서 "가게를 낼 거라면 문화재 옆에 가게를 내야겠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수원시에서 노후화된 행궁동 일대를 도시재생지구로 선정, 행궁골목길 특성화를 하겠다고 밝혀왔던 만큼 그가 추구하는 '시간의 멋'을 살리기엔 행궁동이 가장 적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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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행궁동에서 가장 핫한 커피숍인 '정지영 커피 로스터즈'의 정지영 대표. /강승호기자 kangsh@biz-m.com |
행궁동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인테리어를 먼저 선보인 점도 수워너들의 눈길을 끌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다.
사실 정 사장은 정자3동에서 작은 규모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한 곳에서 8년 가까이 가게를 운영했지만, 월세는 늘 부담이었다. 월세와 인건비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과감하게 투자해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대출을 받아 준공된 지 40년이 지난 오래된 주택을 매입해 보수했다. 오래된 건물이 가진 모습은 최대한 살리기 위해 외관은 유지하되 깨진 바닥은 미장하고 방수처리를 했다. 벽은 타일을 붙이는 대신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로 마감해 세월의 흔적을 살렸다. 매입부터 보수까지 5억원가량을 지출했다.
성수동에서나 볼 법한 독특한 인테리어를 가진 카페가 행궁동에 들어섰기 때문일까. 정지영커피로스터즈는 삽시간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정 사장은 "개업 전부터 몇몇 분들이 와서 매장 사진을 찍어 가셨다. 알고 보니 그분들은 그런 카페를 먼저 찾아 포스팅하는 분들이었다. 그분들 덕에 가게가 알려졌고, 정식 개업 후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며 밝은 얼굴로 당시를 회상했다.
그 인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본점에서만 5억원의 매출을 냈다. 성수기인 4·5·10·11월에는 월매출 5천만원을 넘겼다. 비수기인 겨울에도 매출이 3천만원가량 나온다. 이밖에 생두를 로스팅해 납품하는 거래처가 40여곳 있으며, 입지선정, 인테리어, 커피 교육 등 카페창업컨설팅으로 얻는 수입도 제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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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행궁동에서 가장 핫한 커피숍인 '정지영 커피 로스터즈'의 정지영 대표. /강승호기자 kangsh@biz-m.com |
인터뷰 내내 밝은 얼굴을 보여주던 정 사장. 그런 그에게 '노키즈 존을 하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담담하게 이유를 밝혔다.
정 사장에게 들은 얘기는 이렇다. 옛날주택을 개조한 것인 만큼 매장 내 계단의 높이가 불규칙하고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라 모서리나 바닥 일부 표면이 거칠다. 자칫 잘못해 넘어진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실제로 어린아이들이 뛰놀다 다치는 경우가 있어 어쩔 수 없이 노키즈 존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노키즈 존을 하면서 쓴소리도 많이 들었고, 잃은 것도 많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안전을 생각하면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신 (사고 위험이 낮은) 4호점인 남수문점은 '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카페를 처음 창업한 정자3동의 주민자치센터에서 커피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 사장은 "7년째 지역 주민을 위해서 자격증, 핸드드립 강의를 하고 있다. 주민들이 3달에 6만원을 내면 제가 강의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거의 무료나 다름없다"면서 "단순하게 후원을 하는 것은 경로가 어떻게 될지 모르다 보니 이런 강의를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자3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굉장히 오래 강의를 진행하셨다. 원래 바리스타 강의 수업료는 굉장히 비싼데, 소정의 금액만 받고 재능기부 개념으로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수원화성 덕에 명소가 될 수 있었다며 자신이 제일 잘하는 커피 관련 강의로 주민들에게 환원하고 있는 정지영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성공한 청년사업가'로 불리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