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강화에 은행 전세대출 매달 2조씩 급증

  • 윤혜경 기자
  • 입력 2020-04-21 1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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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창구. /연합뉴스DB

대출 규제를 강화한 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 직후인 올 2월과 3월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이 2조원 이상 급증했다.

시가 9억원 이상의 집을 소유하고 있거나 매입할 경우 전세대출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주택 매입 대신 전세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 은행인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 합계는 3월 말 현재 86조2천534억원이다. 이는 2월 말보다 2조2천85억원 는 수준이다.

2월 말에도 1월 말에 비해 2조1천292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이 두 달 연속 2조원 이상 늘어난 사례는 2016년 이후 처음이다. 한 달에 2조원 늘어난 적도 최초다.

정부의 규제로 수요자들이 매입 대신 전세로 눈길을 돌리자 전세가격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 리브온 월간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지난해 말보다 638만원 증가한 4억5천61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전세수급지수는 2월 155.7, 3월 155.2를 기록했다. 수치가 100을 넘어 높을수록 공급이 부족함을 의미하는 만큼 전세 품귀 현상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게 공적 보증기관의 전세자금 대출 보증을 제한한 데 이어 올해 1월 민간 보증으로도 보증 제한을 확대했다.

보증기관의 보증서가 없으면 은행에서 대출이 불가하므로, 사실상 고가 주택 보유자의 전세자금 대출을 막은 것이다.

계약 시점과 잔금 시점 사이에 1~2개월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규제 강화를 앞두고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물량이 올해 2월과 3월에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주택거래가 줄고 있는만큼 지금처럼 전세자금 대출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을 보러 다니는 사람도 줄고, 대출 모집인의 활동도 뜸해져 2분기부터는 대출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