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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수원아이파크5단지'.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
수원 제10전투비행단 탄약고에 폭발 시 백혈병과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열화우라늄탄'이 저장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몇몇 주민은 매도까지 서두르는 분위기다.
28일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국 공군이 관리하는 수원비행장에 미군 공군의 열화우라늄탄 약 133만발이 보관 중이다. 열화우라늄탄은 우라늄을 핵무기나 원자로용으로 농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화우라늄을 탄두로 만든 포탄으로, 1990년대에 방사능 오염 우려가 제기됐던 무기다.
탄약고 반경 5㎞ 이내에는 2만여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수원아이파크시티3단지(793가구)를 비롯해 수원아이파크시티 2단지(1천135가구), 수원아이파크시티7단지(1천596가구), 수원아이파크시티5단지(1천152가구), 권선자이 e편한세상(1천753가구), 영통아이파크캐슬2단지(1천162가구), 화성태안주공(1천44가구), 힐스테이트 영통(2천140가구), 신동탄SK파크뷰1~3차(4천249가구) 등이 탄약고와 인접하다.
탄약고와 가장 가까운 단지는 수원아이파크시티5단지로, 직선 2.3㎞ 거리에 탄약고가 있다.
문제는 폭발사고가 일어나도 주민들은 배상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1975년 체결한 대한민국 공군과 미합중국 공군간 대한민국 공군 탄약 시설 내 미합중국 공군 탄약의 저장에 관한 합의서(매그넘 협정) 때문이다. 합의서에는 미국 정부는 폭발물 위험지역 내 거주 또는 출입이 허가된 인원에 대한 부상이나 피해에 관해 책임지지 않으며, 폭발물 위험지역 내 건축되거나 출입이 인가된 재산이나 인명에 대한 손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규정이 담겼다.
주민들은 화들짝 놀라는 분위기다. 비행장 탄약고에 이 같은 무기가 저장돼 있었던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가 이번 국감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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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아이파크시티 2단지 전경.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
소음이나 냄새, 사고위험 등이 있는 혐오시설이 집값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민들은 집값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수원 아이파크시티의 경우 군공항 소음문제로 수원 내에서도 저평가를 받아온 것이 확인된다. 지난 2011년 10월 준공한 수원아이파크시티1단지의 경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단지 전용 84.764㎡의 경우 2011년 3억6천440만~3억8천755만원에 거래되다 2013년 3억8천~4억1천만원, 2015년 3억7천만~4억500만원, 2016년 3억8천만원, 2017년 3억9천500만원, 2018년 4억2천500만원, 2019년 4억~4억6천만원, 2020년 5억6천~5억6천8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는 3억원대에서 거래되다 지난해 4억원대로 손바뀜한 뒤 올해 들어 5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9년동안 2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비슷한 기간에 분양한 광교 아파트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극명해진다. 2017년 6월 입주한 수원 아이파크시티9단지 3.3㎡당 평균 분양가는 1천180만원으로, 전용 72.91㎡ 기준층 분양가는 3억6천500만원이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 7월 동일 면적이 5억원에 매매됐다. 3년간 1억3천500만원 즉, 분양가 대비 36.98%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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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 일대 아파트숲 전경.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
수원시 영통구에 소재한 힐스테이트광교는 분양가 대비 수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2018년 5월 입주한 힐스테이트광교 전용 97㎡A1(97.4060㎡) 타입의 분양가는 5억6천364만~6억862만원(3.3㎡당 1천708만~1천844만원)이었으나 지난 9월 동일 면적이 17억5천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분양가보다 11억4천138만원(187%) 상승한 것이다.
수원비행장 일대 주민들은 그간 저평가를 받다가 최근 수도권 부동산 상승세로 영향으로 이제야 집값이 상승하나 싶었는데 열화우라늄탄 문제로 또다시 집값이 하락하는 게 아니냐며 울상이다.
4단지에 거주한다는 한 주민은 "이번 국감으로 열화우라늄탄의 존재를 알게 된 사람이 많다"며 "여기 단지로 입주를 하려고 계획을 세웠던 사람도, 이런 소식을 통해서 입주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열화우라늄탄으로 이사를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수원아이파크시티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도를 고민하던 중에 이런 소식을 접하고 실제로 저런 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고 걱정하시는 분이 몇 분 있었다"면서 "그분들이 빨리 팔아야 되는 거 아니냐고 질문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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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공군비행장. /비즈엠DB |
주민들과 중개업자들은 속히 군비행장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원시청 군공항이전 협력국에서 시민 SNS 활동을 전개 중이라는 에이뿔 공인중개사무소 최규석 대표는 "120만명이 사는 수원시 도심 한 가운데에 탄약고가 있다는 것을 시민 대다수가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저렇게 방치 아닌 방치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혹시 모르는 사고가 나기 전, 예방차원에서 비행장이 이전돼야 한다. 수원비행장 이전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탄약고 문제도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국방부나 무책임하게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원비행장 문제를 선거용으로만 써먹을 게 아니라 실질적인 진행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 통과부터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