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새해 벽두부터 건설노조와 냉전을 벌일 기미다.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면서 국토교통부가 LH 공사 현장 전수조사를 지시해서다. LH 공사 현장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가 갈등의 중심지가 될지 주목된다.
2일 국토교통부는 LH,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합동 시무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민주노총과의 갈등으로 경남 창원 LH 행복주택 공사 현장이 중단된 점 등을 거론하면서 "건설노조가 LH 행복주택 건설 현장마저 갈취 대상으로 삼고 있다. LH 공사 현장에 대한 긴급 일제 조사 및 심층 조사를 지시한다"고 밝혔다.
원 장관이 이같이 언급한 것은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내건 노동 개혁과 노사 법치주의를 이야기한 점과 맞물려있다.
원 장관은 시무식에 앞서 자신의 SNS에도 건설노조를 '공사판 조폭'으로 지칭하면서 "공사판 조폭들의 불법 행위가 고스란히 서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원칙적이고 강력하고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LH 공사 현장부터 건설노조 불법 행위에 대한 긴급 전수조사를 지시하고자 한다"며 "올해는 건설현장에서의 불법을 근절하고 법과 원칙을 반드시 세우고야 말 것"이라고 적었다.
국토부, 긴급 일제·심층 조사 발표
민주노총 '오직 노조때리기' 불합리
전수 조사 및 후속 조치가 본격화될 경우, LH 공사 현장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 역시 건설노조와의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측은 "건설노동자의 고용·처우·안전 문제, 건설회사들의 각종 폐단을 그대로 둔 채 오직 '노조 때리기'로만 일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원 장관은 경기도·인천시 일대를 뒤흔들고 있는 전세 사기 사건에 대해서도 새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거 안정, 국민 안전과 함께 전세 사기를 주요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피해자 지원을 위한 HUG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한편 올해 경기북부지역본부를 신설하는 등 수도권 지역본부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이한준 LH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정본청원(正本淸源)'을 강조했다. 근본을 바로 세운다는 의미로, LH의 소임에 충실하고 혁신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이 사장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문구가 화제가 됐다. 'LH에 중요한 것은 국민을 위한 마음'이라는 자세로 LH의 근본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 진정성 있게 혁신하고 본연의 임무를 더욱 충실히 수행해나간다면 머지않아 국민이 우리 LH에 다시 신뢰와 애정을 주시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