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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 임시개소한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은 시민이 상담을 하고 있다. 2023.2.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수도권에 최소 수십채 이상의 빌라를 소유한 임대인이 돌연 임차인들에게 "전세보증금 반환이 불가하다"고 통보한 뒤 잠적해 경찰이 수사(2월23일자 5면 보도='고소 23건' 보증금 미반환 사건, 세입자 40여명 달해)에 나선 가운데, 아직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돼 피해 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전망이다.
23일 임대사업자 A(42)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모임에는 40여명이 가입한 상태다.
이들은 인천·수원·안산·안양·군포·부천·의정부·파주시 등 수도권에 위치한 A씨 소유 빌라에 전세계약을 맺고 거주 중인 임차인으로, SNS 대화방을 통해 피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 중 23명은 최근 인천부평경찰서에 "A씨가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하다고 문자를 보낸 뒤 잠적했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액은 30여억원이다.
피해 임차인의 수와 피해액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임대사업자인 A씨는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도권 일대 빌라를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전세계약을 대신 진행하는 직원과 건물 하자 등에 대응하는 직원을 따로 둘 정도로 다수의 빌라를 소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23명 전세보증금 30억
아직 인지 못한 임차인 다수 추정
올해 6월 만기를 앞두고 A씨로부터 문자를 받은 한 임차인은 "과거 A씨와 통화를 할 때 집이 대체 몇 채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보통 많아도 100~200채 정도라고 할 텐데 '많아서 모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 피해자 모임에 가입한 임차인 중에는 A씨로부터 '보증금 반환 불가' 문자를 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 A씨는 전세계약 만기일이 도래한 임차인 또는 건물 보수 등 비용이 수반되는 요청을 했던 임차인 등 일부에게만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부천에 살고 있는 한 임차인은 같은 건물에 살고 있던 다른 임차인을 통해 A씨가 문자를 보낸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수원의 한 임차인은 "계약기간 중에 이사를 해야 할 일이 생겨, 협조를 구하려고 연락을 했는데 그제야 '사실상 파산상태에 직면하게 됐다'는 A씨의 문자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자세한 피해 규모에 대한 언급을 피하면서도 추가 피해 사례가 접수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전세 사기 여부 등도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 사기 혐의를 적용하려면 최초 계약 당시에 사기 행각이 있었어야 하는데, 곧 A씨를 소환해 조사하는 등 꼼꼼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A씨의 입장을 반영하고자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배재흥·변민철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