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7일 오전 수도권 일대 빌라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집주인의 등본상 주소인 인천시 부평구의 한 오피스텔 현관문에 수십 개의 우편물 도착확인서와 세입자가 남기고 간 것으로 보이는 쪽지가 붙어있다. 2023.4.2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이씨는 올 1월부터 '어떻게든 반환해드릴 보증금을 마련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재정적 한계에 이르러 파산 상태에 직면했다'는 취지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일부 세입자에게 보냈다. 그러나 문자메시지를 뒤늦게 받았거나 아예 받지 못한 세입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 일대 빌라·오피스텔 250여채
2월부터 경찰 조사중 진정서 23명뿐
집주인 이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모임(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50여 명이 가입한 상태인데, 최근에서야 문자메시지를 받고 가입한 세입자들도 합류하고 있다고 한다.
이씨와 인천 계양구의 한 빌라 전세 계약을 맺은 허민우(25)씨는 "지난 2월께 이씨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고 등기부 등본, 근저당 등을 확인했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계약 기간도 많이(1년 6개월) 남아 있어 별일 아니겠거니 넘어갔었다"며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피해자 모임을 찾아보다 오픈 채팅방에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뿐 아니라 판교, 파주, 수원, 서울 등에도 피해 세입자들이 있다. 우선 채팅방에 있는 세입자들끼리 법적 대응 절차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집주인 행방 묘연에 세입자들 분통
피해자 50여명 모임방 계속 합류중
세입자들은 이씨의 행방이 묘연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날 찾은 이씨의 집 현관문에는 수십 건의 우편물 도착 확인서와 세입자가 남기고 간 것으로 보이는 쪽지 등이 붙어 있었다. 쪽지에는 '임차권등기명령 꼭 좀 받아주셨으면 해서 문자도 드리고 방문하게 됐다. 꼭 받아주셔야 보증보험도, 이사도, 대출상환도 제때 처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임차권등기'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으나 임대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에서 임차인이 이사해야 할 경우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 등기하는 것을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250여 채 주택을 소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접수된 진정서를 가지고 수사를 하고 있어 정확한 피해 규모를 단정 짓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씨는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는 상태로,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