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찾기 별따기… 전세값 깎는 집주인들

인천·경기 보증금 갱신 급증
  • 입력 2023-11-06 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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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지역에서 보증금을 낮춰 전세 계약을 갱신한 비율이 최근 들어 늘고 있다. /경인일보DB
 

인천·경기지역에서 보증금을 낮춰 전세 계약을 갱신한 비율이 최근 들어 늘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에서 이뤄진 아파트 전세 갱신 계약의 47.6%(893건 중 425건)가 종전 계약보다 보증금을 낮춰서 재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억원 이상 낮춰서 재계약한 비율이 143건으로 3분의 1을 차지했는데, 전셋값이 고점을 기록했던 2021년 당시 보증금이 큰 폭으로 올랐던 지역에서 감액 사례가 많았다.

신규 계약 당시 전세보증금이 5억5천만원이었던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내 '송도SK뷰' 전용면적 84㎡ 유형은 지난달 3억5천만원으로 2억원을 낮춰 재계약됐고,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청라제일풍경채 2차' 전용면적 115㎡ 유형도 같은 5억2천만원에서 4억원으로 1억원이 넘게 보증금을 낮춘 사례가 나왔다. 


市 10월 재계약건중 47.6% 해당
송도SK뷰·청라풍경채 1억이상↓
"적어도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

부동산R114가 최근 전국의 아파트 전세 갱신 계약 사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9월 인천·경기지역에서 전세 보증금을 낮춰 계약한 사례도 3만4천25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5천만원 이상 1억원 이하 수준으로 감액한 비율이 1만2천295건(35.9%)으로 가장 많았고, 1억원 이상 감액한 비율도 30%를 넘었다.

보증금을 감액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전셋값도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9월 기준 인천·경기 등 수도권 평균 전셋값 변동률은 -12.6%로, 비수도권(-8.21%)보다 낙폭이 더 컸다.

전셋값의 급락은 신규 세입자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19년 '임대차 3법(주택 임대차보호법 및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집주인이 일정 금액 이상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도입됐지만, 전세 수요가 줄면서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쓰기 전에 집주인이 먼저 보증금을 낮춰서 제시하는 경우가 늘었다.

송도의 한 공인중개사는 "새로운 세입자 구하기가 워낙 어려우니 집주인이 보증금 차액을 내주고 재계약하는 사례도 있다"며 "당장 현금이 없는 집주인이 높은 금리를 감당하면서까지 대출을 받아 임차인에게 돌려주기도 한다"고 했다.

전세보증금의 감액 계약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지난해에는 감액 갱신 비율이 4%대에 머물렀으나 올해 들어 10배 이상 늘어났다"며 "여전히 전셋값이 전고점 이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단지도 상당수인 만큼, 연말까지 감액 갱신 비중이 40% 후반대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