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도권 아파트 공급 35% 감소
상반기 공사실적 동기대비 39% ↓
한일 113% 등 3분기 영업이익 '쑥'
평균 가격 인상분 적용 효과 분석
콘크리트 강도 높인 영향도 한몫
올해 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지난해 대비 35.1% 감소하는 등 건설 경기 불황에도 주요 시멘트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상승했다. 시멘트 가격 인상 효과와 '부실 건설' 논란에 따른 건설업계의 시멘트 수요량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1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공급량(임대 제외)은 10만384가구로, 지난해(15만4천535가구) 대비 35.1% 감소했다. 착공도 줄어, 국토교통부의 인·허가 현황 자료에서 올 상반기 수도권 착공 실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39.1% 감소한 1천718만2천㎡로 나타났다.
시멘트는 건설 공사 초기부터 필요한 원료라, 건설 실적이 줄어들면 시멘트 업계도 침체되는 게 순리다. 그런데 주요 시멘트 업체들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오히려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쌍용C&E, 삼표시멘트, 성신양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각각 1천818억원, 1천66억원, 784억원, 644억원, 3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3%, 32%, 16%, 100%, 76%씩 증가했다.
이처럼 시멘트 회사의 영업이익이 상승한 배경엔 여러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우선 시멘트 가격 인상과 더불어 원료인 유연탄 가격은 하락한 게 맞물린 영향으로 파악된다. 시멘트 업계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인 유연탄 가격이 치솟자 두 차례에 걸쳐 시멘트 평균 가격을 t당 7만8천800원에서 10만5천400원으로 올렸다. 지난해 3분기엔 반영되지 않았던 가격 인상분이 올해 적용된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업계에선 건설업체들이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보다 단위 면적당 시멘트 사용량을 늘리면서 불황에도 시멘트 수요가 유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로 드러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철근 누락' 사태 이후 각 업체마다 작업 시 콘크리트 강도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착공 면적은 줄었는데 수요량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주택 착공 물량 추이 등을 볼 때 시멘트 수요가 5~7% 줄어들 것으로 봤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올해도 안 좋지만 지난해도 건설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았다. 올해 영업이익 상승은 기저효과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편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는 관행이 지속되려면 감리 업무가 제대로 가능한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십년 동안 감리사로 활동 중인 A씨는 "감리사 인력도 적고 연령도 높다. (콘크리트 강도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이어지려면) 감리 업무 환경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