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민간 부실 결국 책임은 공공이? ‘국민 혈세’ 낭비 지적

  • 입력 2024-01-07 16:17:50

태영에 다가오는 최후통첩 시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최후통첩 시한인 7일 태영그룹이 추가 자구안이 나올지 주목되는 가운데, 정부는 워크아웃 무산에 따른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시나리오’ 대비에 본격 착수했다. 사진은 7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2024.1.7 /연합뉴스

부동산 PF 위기에 LH ‘구원투수’ 등판안 거론

HUG, 태영건설 분양계약자에 환급하는 방안도

공공 재정에 악영향 전망 “사실상 실패 떠안아”

정부가 일시적 자금난에 놓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매입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태영건설발(發) PF 위기론이 불어올 ‘도미노 파장’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으로 공공기관을 투입하는 것이다. 민간 부실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는 모양새로, 3기 신도시 등 경기도 사업이 산적한 LH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4일 발표한 ‘2024 경제정책방향’에서 PF 시장 연착륙 방안을 내놓았다. 이 중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사업장 중 사업성이 있는 곳은 LH가 매입해 직접 개발하거나 다른 시행사·건설사에 재매각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구체적인 매입 기준이나 방식, 예상 매입 규모 등은 제시되지 않았다.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금융권이 공동 조성한 2조2천억원 규모의 ‘PF 정상화 펀드’를 통해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또 태영건설이 공사를 지속하거나 시공사를 교체하는 등 분양 이행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도 사업의 정상 추진이 어려우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에게 기존에 납부한 계약금 및 중도금을 환급하도록 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현재 태영건설 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된 곳은 22개(1만9천869가구), 이 중 HUG의 주택 분양보증에 가입된 사업장은 14개(1만2천395가구)다.

관건은 각 공공기관의 재정이다. LH가 각 사업장을 떠안게 될 경우 재정에도 빨간 불이 켜질 가능성이 있다. 3기 신도시 등 LH가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각종 사업에도 불똥이 튈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HUG 역시 이미 전세사기 논란 여파로 세입자 대위변제액이 급증해, 재정 건전성이 임계치를 넘어선 상태다. 지난해 상반기(1∼6월) HUG의 순손실은 1조3천281억원으로 2022년 상반기(1천847억원) 대비 7배 이상 늘었다. 반면 대위변제액 회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019년 58% 수준이던 HUG의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지난해(1월~7월) 15%대로 떨어졌다.

이에 수익 추구를 목적으로 위험성 높은 사업에 투자한 기업의 부실을 공공기관의 재정, 즉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게 맞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가 어떻게 (사업장을) 매입하는가가 중요하다. 사업장을 현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해야 PF 대출과 얽혀있는 금융기관이나 건설사의 손실을 줄일 수 있는데, 그렇다고 비싸게 사면 LH가 사실상 프로젝트 실패를 떠안는 것”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어디까지 떠받쳐줄 것인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인지 등을 파악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중소건설사로 부동산PF 리스크가 확산되면 HUG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사태가 확산하면 결국 국민 세금이 추가적으로 투입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