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된 공사비, 사업성 매우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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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 자잿값 인상과 고금리 등 공사 비용이 대폭 상승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대규모 SOC 사업이 잇따라 유찰되고 있다. 사진은 SOC 사업 중 하나인 고양시 킨텍스 제3전시장 부지. 2024.1.22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최근 건설 자잿값 인상과 고금리로 공사 비용이 대폭 오르자, 불똥이 수도권 대형 SOC 사업들로 튀고 있다. 책정된 공사비가 낮아 건설업계가 참여를 꺼려 유찰을 면치 못한 것이다.
22일 조달청 나라장터 등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대규모 SOC 사업이 최근 잇따라 유찰됐다.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GTX-A 환승센터, 3천100억여원) 2공구 건설공사와 일산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6천199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대형 SOC 사업들이 시공사를 찾지 못한 이유는 낮게 책정된 공사비와 관련 있다. 공사 비용이 급등해, 지금 책정된 공사비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 사업은 공사비를 1천억여원 인상했지만 두 차례 유찰된 바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비 책정부터 공사 발주까지 2년 가까이 걸린다. 그 기간에도 물가는 상승하는데 현재 책정된 공사비로는 사업성이 매우 낮다"고 토로했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공사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이지만 공공 예산 여건상 어려운 실정이다. 발주처가 물가 변동을 고려해 올려서 책정해도 정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예년 수준으로 조정되거나 삭감된다는 게 중론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공사비가 한번 정해지면 이후 변경되는 게 어렵다. 현실 물가를 따라가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런데 시공사들 입장에선 공사를 하고도 손해를 보면 안 되니 참여를 꺼리는 것 같다"며 "조만간 제3전시장 건립 관련 수정 공고를 다시 올릴 계획인데, 사업비 증액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취지대로 건설 경기 회복과 내수 진작을 위해 SOC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려면 공사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부가 SOC 예산을 지난해보다 5.3% 늘린 20조7천776억원으로 편성한 만큼 정책 성공을 위해 다양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산 심의 과정에서 공사비가 현실화되지 못하니 건설사들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주기적으로 공사비 인상이나 하락분을 반영해 공사비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