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완화도 삼켜버린 건설 경기 침체… 관건은 사업성?

  • 입력 2024-01-23 19:22:55

1·10 대책 수혜 지역 집값 하락세

전문가 “시장 하강기엔 효과 제한”

건설비 상승 속 사업성 끌어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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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1·10 대책으로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 단지들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됐지만, 이런 규제 완화 호재에도 대상이 되는 수도권 아파트 단지들 가격은 큰 변동이 없는 실정이다.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도 건설 경기 침체로 재건축 사업성을 크게 높이는데 한계가 있어, 1·10 대책의 실효성이 얼어붙은 경기도 부동산 시장에서 사실상 크게 나타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0일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담긴 정부의 1·10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경기·인천 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12일 기준 보합세를, 1주일 뒤인 지난 19일엔 0.01% 상승률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경기도에선 안산시, 과천시만 0.03%, 0.01% 올랐다. 의정부시와 양주시는 0.02%씩 떨어졌고 이 외 모든 지자체는 보합세를 보였다. 1·10 부동산 정책의 최대 수혜지인 1기 신도시 지역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평촌은 0.03%, 분당은 0.01% 낮아졌다.

이런 흐름은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관측됐다. 지난 15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서 경기도 아파트 매매 가격지수는 0.07% 하락했다. 분당·평촌·일산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가격이 낮아진 게 특징이다. 성남시 수내·서현동 구축 위주로 분당구가 0.16% 떨어졌고 안양시 관양·평촌동 중심으로 동안구도 0.16% 하락했다. 고양 일산동구도 풍·장항·백석동 위주로 0.1% 낮아졌다. 노후 단지가 많아 1·10 부동산 대책의 수혜 지역으로 분류되는 광명시 철산·하안동도 0.15% 줄었다.

새해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전세 시장은 흐름이 여전했다. 집값 추가 하락 우려로 매매 대신 전·월세를 택하는 수요가 늘어서다. 경기·인천 전셋값은 0.01% 상승하면서 오름세를 이어갔다. 와중에 1기 신도시인 평촌은 전세 가격도 0.03%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선 1기 신도시 전세 가격 흐름이 엇갈렸는데 고양 일산서구는 주엽·탄현동 위주로 0.22% 상승했고 성남 분당구는 이매·야탑동 중소형 주택 위주로 0.2% 하락했다.

1·10 대책의 주 대상지 중 한 곳인 경기도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경제 불확실성과 고금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한껏 위축된 매수 심리가 풀리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주 안산에서 아파트 매매가가 상승한 지역은 사실 이번 1·10 대책과는 관계없는 단지다. 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 시장에 큰 변동은 없는 상황”이라며 “집값 상승기 땐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의 효과가 바로 시장 흐름에 반영되는데, 현재는 하강기이다 보니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시장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1·10 대책에 따른 재건축 패스트트랙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건설 비용이 늘어나 사업성이 악화됐다는 게 건설업계 설명이다. 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3.37로 지난해 동기 대비 3.8%, 3년 전 동기 대비 27.5% 올랐다. 건설 비용이 낮게 책정되면 시공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비용을 높게 잡으면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져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결국 사업성을 높이는 게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조합 내부, 조합과 시공사, 조합과 지자체 간 갈등 등 넘어야 할 산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재건축되지 않은 아파트 단지들은 사업성이 좋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아 규제 완화를 토대로 사업성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