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공실률' 부천 16·안양역 14%
코로나 이전엔 2030 유입에 '활발'
수원역 7.5%… 임대료 저렴 장점
5일 오후 1시께 부천역 앞에 위치한 한 상가. 이 빌딩 1층 점포 세 곳은 한때 카페와 휴대전화 대리점, 약국이었지만 현재는 '임대 문의' 현수막만 걸려 있었다. 이 빌딩 옆으론 폐업까지 3일 남은 화장품 가게가 '정리 세일'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부천역 북부 광장을 둘러싼 상가들에도 1, 2층 가릴 것 없이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인근 한 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지금은 권리금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안양역 지하상가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임대 문의' 게시물 속, 그나마 운영 중인 가게에도 손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지하상가에서 8년째 의류 장사를 하고 있는 A(60대 초반)씨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버티지 못한 가게들이 많이 폐업했다. 우리도 명절 대목을 앞두고도 손님이 없어 이제 그만 접을까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도 부천역과 안양역 등 경기도 주요 철도 역 상권들의 상가 공실률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부천역과 안양역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각각 16.7%, 14.1%로 집계됐다. 경기지역 평균 중대형 상가 공실률인 10.6%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부천역은 경기도내에서 역을 기반으로 하는 상권 중 공실률이 가장 높다.
이들 상권은 코로나19 이전엔 각 지역 대표 상권으로 꼽혀왔다. 인근에 대학이 있어 20·30대 유입이 많았고 교통편이 발달해 접근성이 좋은 게 장점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4분기 부천역과 안양역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각각 9%, 2.8%로 당시 경기지역 평균(9.1%)보다 낮았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4년 새 1.8배, 5배가량 뛴 셈이다.
엔데믹 전환에도 회복세는 더딘 편이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와 높은 임대료, 온라인 쇼핑 문화 정착, 신도심으로의 상권 이동 등이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안양역의 경우 주변 공사 상황도 공실률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짐작된다.
안양역 부근 5년차 공인중개사 배모씨는 "코로나19 영향 이후 공실률이 늘어난 측면이 있지만 역 앞에 진행 중인 공사가 3~4년 지연되면서 상권도 같이 침체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부천역이나 안양역처럼 침체됐었던 수원역 상권의 공실률은 낮아졌다. 지난해 4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7.5%였는데, 지난해 3분기(15.1%)에 비해 공실률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 수원역의 유동인구가 여전히 많은 데다 임대료까지 하락한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원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상가 월세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수원역은 다른 상권과 비교해 유동 인구도, 젊은 사람도 많은 편이라 상가 임대차 계약을 물어보는 사람은 꾸준히 있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