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입주 1개월차 청라 오피스텔, 곳곳 누수 흔적

  • 입력 2025-08-20 19:41:13
가을태풍 오면 어쩌려고… 폭우 한번에 물바다된 오피스텔
지상 42층 전체 복도·계단 ‘침수’
“우수처리시설 문제” 시공사 해명
입주민·예정자, 철저한 조사 요구

20일 오후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 습기를 말리기 위한 대형 서큘레이터가 작동하고 있다. 입주 한 달째인 해당 오피스텔은 지난 주 인천에 쏟아진 폭우로 곳곳에 누수가 발생했다. 2025.8.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입주를 시작한 신축 오피스텔이 비가 온다고 물바다가 되다니요….”

인천을 강타한 폭우가 그친 지 닷새가 지난 20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한 오피스텔 곳곳엔 여전히 누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지하 주차장 바닥엔 물이 흥건했고, 운행을 멈춘 엘리베이터 앞과 비상계단에는 물을 말리기 위한 대형 서큘레이터가 작동하고 있었다.

인천에 189.9㎜의 물 폭탄이 쏟아진 13일, 입주 시작 한 달도 되지 않은 이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 1~6층이 모두 물에 잠겼다. 뿐만 아니라 지상 42층 전 층의 복도와 비상계단도 침수됐다. 천장에는 거센 물줄기가 쏟아졌고, 주민과 관리업체 직원들은 발목까지 차오른 물을 퍼내야 했다. 이날 전력 공급도 중단돼 주민들이 엘리베이터에 15분간 갇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20일 오후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운행을 멈춘 엘리베이터에 대형 송풍기로 습기를 제거하고 있다. 2025.8.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입주를 앞둔 신태희(34)씨는 “폭우로 오피스텔에 물난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집을 확인하러 왔는데 건물 전 층에 물이 샌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며 “가을에 태풍이 오면 또 이런 물난리가 날까 봐 두려워 입주를 미루기로 했다”고 했다. 신씨가 입주할 집 내부 벽면은 물에 젖어 벽지가 울퉁불퉁해졌고, 문틈에도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에 시공사 측은 건축 과정에서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우수처리시설 밸브 조작 문제로 누수가 발생한 것”이라며 “고인 물을 제거하고 밸브가 잘못 조작되지 않도록 매일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시공사 측의 해명에도 아파트 입주민과 입주예정자들은 누수가 발생한 정확한 원인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 건물을 지을 때 하자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철저하게 검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일 오후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바닥에 물이 고여있다. 2025.8.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박현수(38) 입주자대표협회 회장은 “우수처리시설 밸브가 잠겨 아파트 전층이 물에 잠기고 천장에서 물이 쏟아졌다는 시공사의 해명을 믿기 어렵다”며 “주민들은 또 누수가 발생할까 두려움에 떨고 있으니, 제대로 된 누수 원인을 조사해 공개하길 바란다”고 했다.

입주민들의 제보를 받은 이용우(민·인천 서구을) 국회의원은 “시공사가 입주민들과 적극적으로 논의해 건물 안전 진단을 진행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나서길 바란다”면서 “서구청과 소통하며 주민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