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현장] “이식된 자연과 돌봄의 손길”… 김유정 개인전 ‘옮겨진 자리마다’

  • 입력 2026-09-01 09:29:19
서초구 아트스페이스엑스서 개인전 개최
청계산 채집 식생·소리로 전시 공간 채워
공항, 지하철 등 도시 속 ‘이식된 자연’ 탐구
국제 미술상 수상 작가… 13일까지 전시

김유정 개인전  ‘옮겨진 자리마다’ 전시장에 있는 프레스코 회화 ‘들여온 계절’ 연작. 2026.8.30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김유정 작가의 도시 정원이 이번엔 청계산 자락에 있는 갤러리로 옮겨 왔다. 오는 13일까지 서울 서초구 아트스페이스엑스에서 진행 중인 김유정 개인전 ‘옮겨진 자리마다’(Rooted in Transit)는 전시 공간의 장소성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청계산에서 직접 채집한 식생과 새소리, 정원을 가꾸던 사물들로 구축한 오브제를 그동안 작가가 이어온 프레스코, 틸란드시아 식물 설치, 조명 작업 등과 함께 어우러지도록 배치했다. 갤러리 지하 공간부터 지상 1층과 2층, 옥상까지 이어지는 김유정의 식물원을 구축했다.

프레스코 회화 ‘들여온 계절’ 작은 도시, 건축, 공항과 지하철, 실내 조경과 공공녹지 등에 인간에 의해 이식되고 관리된 식물을 담았다. 인천국제공항의 실내 조경, 일명 ‘송현아’(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 인천 구도심 속 근대건축물과 얽히고설킨 식물들을 통해 도시 안으로 이식된 자연과 이동하는 인간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생태학적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전시장 지하를 가득 채운 틸란드시아는 흙 없이 공중에서 살아가는 식물이다. 피아노와 벽면, 전시장 바닥에 난 금까지 덮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유정 개인전  ‘옮겨진 자리마다’ 전시장 틸란드시아 식물 설치 작업. 2026.8.30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공항은 장소이면서도 비장소인 공간이다. 그곳의 식물은 목적지가 아니라 풍경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식물을 옮기고, 물을 주고, 마른 잎을 떼어내며 그 풍경을 유지했을 것이다. 종각역에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서 나는 식물보다 이름 모를 관리자의 손을 먼저 상상하게 되었다. (중략)

이번 전시 ‘옮겨진 자리마다’는 이러한 시선에서 시작되었다. 청계산 자락에 자리한 아트스페이스엑스와 그 주변을 오가며 식생과 소리를 채집하고, 묘목을 묶었던 끈과 화분, 호스, 플라스틱 망, 버려진 병 등 조경의 흔적들을 수집했다. 인간이 자연을 돌보기 위해 사용했던 사물들은 본래의 기능을 잃은 뒤에도 또 다른 시간을 품고 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다시 연결하며 새로운 관계를 상상했다. (중략)

이 전시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도시 속 자연과 그 곁의 손길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유정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 소마미술관, KH필룩스조명박물관, 아트센터 예술의시간, 금호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대만 주밍미술관 국제전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미술관 기획전에 참여했다. 인천아트플랫폼과 OCI미술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소버린 아시아 미술상’(The Sovereign Asian Art Prize)의 ‘보그 홍콩 여성상’(Vogue Women’s Prize·특별상)을 수상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다수 작품이 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 수록돼 있다.

김유정 개인전  ‘옮겨진 자리마다’ 전시장 조명 설치 작품. 2026.8.30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