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종 주거지로 변경해달라"
공짜부지에 협조사항 관철
연세의료원 공사재개 통보
"선심쓰듯" 지역사회 싸늘
시기 구두로만 밝혀 의심
"이제 갑을(甲乙)이 바뀐 듯합니다."
동백세브란스병원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용인시에 통보하면서 연세의료원이 제시한 협조사항을 살펴본 지역사회의 반응이 싸늘하다.
사업부지를 공짜로 받은 연세의료원이 병원건립을 마치 선심을 쓰는 듯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원은 여러 협조사항 이행을 조건부로 동백 세브란스병원의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지난 2일 용인시에 통보했다.
시는 의료원이 동백 세브란스병원 공사재개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설계 재검토를 하겠다고 했다며 사업이 큰 고비를 넘겼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의료원 측이 내건 조건들이 만만치 않은 데다 공사재개 시점도 정해지지 않아 낙관은 무리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우선 핵심인 공사재개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다.
시는 설계 재검토 등 소요시간이 필요해 내년 상반기 중 공사가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원이 문서가 아닌 구두로 공사재개를 통보하면서 시기마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두루뭉술 넘어간 데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의료원은 처인구 역북동 용인 세브란스병원 부지(2종 일반주거·2만5천여㎡)에 대해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종상향)해달라고 했다.
특혜 시비 등 시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고,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밟아야 하는 사안인데 마치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1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동백 세브란스병원 진입도로 개선공사도 요구했다. 이는 예산이 동반돼 시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으로 통과되기 쉽지 않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시가 공사재개에 대한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의료원 측에 제한한 도시첨단산업단지 지정은 더 큰 부메랑이 돼 병원건립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업단지 지정절차는 시가 아닌 경기도 권한인 데다 부지매입 등 사업 주체가 민간 또는 공공기관이냐에 따라 추진 동력에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여러 논란이 있겠지만 동백 세브란스병원 건립은 지역의 숙원사업이고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연세의료원의 입장과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고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용인/홍정표기자 jp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