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시대' 탈 많은 오피스텔·중]사실상 주택 통용되는 오피스텔은 여전히 사각지대

관대한 정부정책 '고삐 풀린 공급량'
  • 전시언 기자
  • 발행일 2017-04-27
탈 많은 오피스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서 빗겨간 오피스텔이 최근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받으면서 투기과열을 조장하고 있다. 26일 오후 수원 광교신도시 내 한 부동산에 오피스텔 매물을 알리는 홍보물이 내걸려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수익형 부동산·높은 계약률 불구 '프리미엄 거품' 피해
올 전국 4만8천여실 입주… 건설사 흥행몰이 남는 장사
건립·분양과정 주택관련 규정 적용 안돼 규제대책 전무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11·3 부동산 대책'의 규제 대상에서 빗겨간 오피스텔은 겨우내 틈새시장으로 주목받았고 최근에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안양 평촌신도시의 GS건설 '평촌 자이엘라', 화성 동탄2신도시의 우미건설 '동탄린스트라우스 더 레이크', 하남 미사강변신도시의 현대엔지니어링 '힐스테이트 에코 미사강변', 수원 광교신도시 한화건설 '광교컨벤션 꿈에그린' 등 좋은 입지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오피스텔에는 어김없이 청약 신청자가 몰렸고 계약시작 사흘 만에 계약률 90%를 훌쩍 넘겼다.

이들 오피스텔의 가격은 분양 초기 최대 수천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더해지며 치솟았지만, 대부분 1개월도 채 버티지 못하고 분양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분양가보다도 가격이 낮은 손절매 물건이 시장에 풀리기도 했다.

계약금 일부를 냈지만, 나머지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낼 형편이 안되자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털고 나가겠다는 계약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는 매물이 차고 넘치지만, 건설사들은 오피스텔 공급량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입주를 앞둔 오피스텔은 전국 4만8천56실로 지난해보다 16% 늘어났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30% 급증한 6만3천234실이 새로 공급될 예정이다.

분양가격도 높아지는 추세다. 경기도 내 오피스텔 3.3㎡당 분양가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평균 873만원이었지만, 지난 21일 계약을 시작한 수원시 이의동의 한화건설 '광교컨벤션 꿈에그린'은 무려 2천574만원이었다.

매물 적체현상이 심화되고 가격이 비현실적으로 치솟는데도 건설사들이 오피스텔 물량 공급을 늘리는 이유는 이른바 '먹튀'하기 좋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주택과 달리 업무시설이라 '청약률'을 공개할 필요가 없고 재고확인도 안돼 흥행몰이하기도 수월하다.

돈을 내걸어 부동산업자들을 꼬득인 한화건설처럼 오피스텔 분양사업은 계약 1건당 수백만원의 소개료를 지급해도 '남는 장사'가 됐다. 반면 실소유자들에게 오피스텔은 그저 '그림의 떡'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 오피스텔은 '오피걸'로 통칭되는 불법 성매매 현장으로 변질돼 사회적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난 이유로 오피스텔에 대해서만 유난히 관대했던 정부 정책을 꼽고 있다. 정부는 1인가구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업무시설'인 오피스텔 관련 규제를 완화해왔다.

바닥난방 허용범위 확대 등 구조적으로 주거 기능을 확대해 줬고, 지난 2010년에는 아예 '준주택'으로 지정해 국민주택기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사실상 주택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법적 근거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오피스텔 건립 및 분양에는 아파트 등 주택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며 분양가나 분양 방법 등에 대한 규제도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시장 안정성을 위해 최소한의 범위로 개입해 소비자 피해를 줄일 의무가 있지만, 정작 부동산 투기가 집중되고 있는 오피스텔에 대해서는 오히려 투기 과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