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이 안 닫혀요."
4일 오전 9시께 동구 송현동 삼두1차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황당한 전화가 왔다.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가야 하는데 집 현관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민원이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젊은 기사 한 명을 보내 현관문 위치를 조정해 밀어 가까스로 문을 닫았다.
이곳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수도권제2외곽순환고속도로(인천~김포구간) 지하터널 공사 이후 '현관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민원이 10여 건 발생했다. 주민들은 이 공사로 인해 아파트 지반이 약해졌고, 아파트가 조금씩 기울어지면서 문이 닫히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이날 만난 주민들은 집중 호우 이후 아파트 건물 밑쪽 벽면에서 땅 꺼짐 현상이 여러 곳 발생했다고 호소했다. '출입금지'라고 쓰인 폴리스 라인으로 둘러쳐져 있는 아파트 외벽 쪽 흙은 길이·높이 10~15cm가량 드문드문 파여 있었다.
조기운 삼두아파트 입주민대표는 "한 주민이 차를 세워뒀는데 뒤로 굴러갔다고 해 고임목을 주차장에다 놓고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파트가 낡아서 발생한 원인이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 많은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수도권제2외곽순환고속도로(인천~김포구간) 지하터널 공사 이후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삼두아파트에서 집중 호우 이후 지반침하가 곳곳에서 발견(7월 4일자 23면 보도)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인천시는 자체 안전진단으로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내놓았지만, 정밀진단 실행 여부는 '우리 책임이 아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삼두아파트 입주민들은 싱크홀 발생 원인 파악과 정밀안전진단 등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 위해 인천시청 관계자와 면담을 했지만 기존의 입장 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지난 2월 동구청과 아파트 안전진단을 벌인 결과 단지 안 벽에 금이 가고 바닥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등 바닥과 벽면 균열을 확인해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시는 정밀안전진단은 국토부와 인천김포고속도로(주)의 역할이라는 입장 외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천김포고속도로(주)는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추진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으나 세부 일정은 확정되지 않고 지지부진하다.
시 관계자는 "3일 발생한 싱크홀 1곳은 하수관로 연결 불량 문제로 확인됐다"며 "이외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천김포고속도로에 정밀진단을 권고하는 것 외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