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어유정항' 항만, 개장 2년만에 시설교체

갯벌 퇴적 '부잔교 2기' 균열
접경지 北 유입 흙 예측 못해
20억 들여 콘크리트 → 철제
  • 김주엽 기자
  • 발행일 2018-01-16
부잔교에 균열이 발생해 사용이 중단된 인천 강화군 석모도 '어유정항'의 항만 시설이 교체된다. 개장한 지 2년밖에 안 된 항만시설을 보완하느라 수억 원의 예산만 낭비하게 됐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오는 5월부터 강화 어유정항 부잔교 시설 교체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인천해수청은 2015년 12월 석모도에 있는 어유정항을 수산과 관광 기능을 합친 다기능 어항으로 재정비하기 위해 398억 원의 예산을 들여 방파제와 물양장, 부잔교 2기 등을 만들었다.

인천해수청은 어유정항이 새우젓과 꽃게가 많이 잡히는 주변 어장의 수산물 집산지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관광지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준공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곳은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부잔교가 기울어지고 균열이 발생하면서 2016년 11월부터 출입이 통제됐다. 항구 주변에 갯벌이 급격히 퇴적하면서 여객선 등 대형 선박 접안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인천해수청이 지난해 7월부터 '어유정항 부잔교시설 피해원인분석용역'을 진행한 결과, 예상했던 것보다 갯벌 퇴적이 빠르게 이뤄져 부잔교 2기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해수청은 애초 어유정항 동쪽 해역에 매년 2~4㎝, 선착장과 남방파제 사이에 매년 10㎝의 퇴적량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완공 이후 1년 동안 2m에 가까운 갯벌이 인근 해역에 쌓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해수청은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인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두 차례 갯벌 퇴적 저감 공사를 시행했지만, 퇴적량이 계속 늘면서 부잔교가 갯벌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용역을 담당한 인하대학교 신수봉(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는 "부잔교는 원래 물에 떠 있도록 설계된 구조물이어서 지면에 닿게 되면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어유정항의 위치가 접경 지역에 접해 있어 설계 당시 북한 지역에서 내려오는 흙의 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천해수청은 어유정항을 정상화하기 위해 5월부터 2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콘크리트로 된 부잔교를 철제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철제는 콘크리트보다 탄성이 좋아 퇴적량이 많아져도 시설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인천해수청이 갯벌 퇴적량을 정확히 파악해 처음부터 부잔교를 철제로 만들었다면 추가로 발생하지 않을 예산이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철제는 콘크리트보다 유지 관리비가 50%가량 더 소요되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설계했다"며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항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해명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