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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 재건축 정비예정구역 단지들이 올해 안전진단을 받고 본격 재건축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침에 입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준공이 30년 넘어 지난해 안전진단을 신청한 안산시 성포동 예술인아파트 전경.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
진단 신청한 예술인아파트
물 새는 집에서 살란건가…
이르면 다음달 개정에 황당
정비예정구역 미진단 17곳
입주민들 거센 반발 불보듯
"겉만 멀쩡해 보이면 뭐해요. 속은 다 곪아 터졌는데…."
26일 낮 12시께 안산시 성포동의 성포예술인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난방기기·배관 수리를 위한 업체 선정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입주민대표회장은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 관리 직원이 건넨 수억원에 달하는 계약서를 검토하며 한숨만 연거푸 내쉬었다.
지난 1985년에 지어져 현재 '재건축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예술인아파트는 최근 정부의 '구조안전성(0.2→0.5)' 평가를 강화하는 내용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침에 직격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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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진은 부식이 심해 녹슬은 온수 저장탱크와 난방배관.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
'주거환경(0.4→0.15)'과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0.3→0.25)'를 중점으로 평가했던 기존 기준에서는 배관·주차장·엘리베이터 등의 노후로 '조건부 재건축' 판정 가능성이 높았지만, 변경된 기준에선 재건축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입주민 측의 설명이다.
특히 입주민들이 불만을 갖는 건 '시점'이다. 지난해 입주민대표회의는 입주민 약 34%(504/1천485세대)의 동의를 얻어 시청에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올해 안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할 계획을 세워놨던 와중에 이르면 다음 달 기준이 변경될 수도 있다는 정부 발표가 황당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이춘기 입주민 대표회장은 "시설 노후화로 인한 비용이 매년 수억원씩 들어가고 있는 열악한 상황에서 재건축이 불가능해진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예술인아파트와 같은 해 지어진 안양시 관양동의 현대아파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3월 입주민대표회의는 입주민 94%(841/904세대)의 동의를 얻어 시청에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올해 3억원의 예산이 편성돼 안전진단 실시업체를 선정 중이었던 만큼 입주민들의 기대가 큰 상황에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최호몽 아파트 관리소장은 "현재 안양시청에 행정예고가 끝나는 다음 달 2일 전까지 안전진단 실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만약 바뀐 기준으로 안전진단을 받게 되면 주민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곳을 포함해 경기도 내 재건축 정비예정구역 중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곳은 안산 12곳, 남양주 2곳, 고양 1곳 등 17곳에 이르는 상황이라 도민들의 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땅값 잡으려다가 지방 집값이 폭락하고 있다. 이들은 계속 열악하게만 살아야 하냐"며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규제정책 추이도 보지 않고 무모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