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업계약서' 중개하는 신축빌라

  • 황준성 기자
  • 발행일 2018-04-19
빌라
전봇대 점령한 신축빌라 분양 현수막 신축빌라 분양가를 실제보다 높게 계약서에 기재하는 수법으로 더 많은 주택담보대출금을 받을 수 있다며 빌라 분양업체가 무주택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18일 오후 수원 시내 주택가에 신축빌라 분양 홍보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무주택자 적은 실입주금으로 유혹
분양가의 20~30% 올려 계약·대출
환금성 떨어져 '하우스푸어' 우려
신고 외에 단속방법 없어 '무방비'


'신축빌라 실입주금 1천만원부터~'.

치솟는 아파트 가격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가 보금자리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신축빌라 매매과정에서 실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서를 작성하는 불법 '업(UP)계약서'가 성행하고 있다.

규제의 사각지대 속에 은행에서 더 많은 대출금을 승인받기 위해 악용되면서 불법을 조장하고 '하우스푸어'를 유발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경기도내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축빌라 실입주금 1천만원부터~' 등의 문구로 신축빌라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도내 곳곳에 걸려 있다.

전세도 수억원이 필요한데, 공인중개사들은 모두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계약서를 실제 분양가보다 20~30% 높게 적는 이른바 '업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을 통해서다.

신축빌라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분양가의 최대 70%까지라는 점을 노려 계약서상에만 매매거래가를 높이는 것. 예를 들어 실분양가 1억5천만원의 신축빌라를 사면서 계약서에 2억원으로 허위기재하면 최대 70%인 1억4천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실입주금 1천만원으로 대출을 통해 빌라를 살 수 있는 셈이다.

당연히 불법이다. 허위 서류로 담보대출을 받는 만큼 적발되면 계약 취소는 물론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과도한 대출은 작은 금리 변화에도 가계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기 쉽다. 특히 빌라는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져 위험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단속은 계약자들의 신고 외에는 불가능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현행 주택법상 30가구 이하의 빌라는 지자체로부터 사업·분양 승인을 받지 않아도 돼 얼마든지 분양가를 속이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업계약서' 신고 건수는 지난해 391건(전국 기준) 등 매년 100~400건에 불과하다. 최근 3년간 수도권에 25만여 가구가 거주 가능한 빌라 2만4천여동이 들어선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신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허위계약 자진 신고 시 세금 등을 감면하는 유도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부동산 특별사법경찰 등으로 현장단속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