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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를 앞세운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을 맞은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일대 주택 매매시장이 관망세로 접어들면서 거래 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를 앞세운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을 맞은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일대 주택 매매시장이 관망세로 접어들면서 거래 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가파르게 치솟는 집값을 잡고자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를 중과하고, 신규 주택담보 대출을 제한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여기에 신규로 구입하는 주택을 임대사업용으로 등록할 경우 기존에 제공하던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 제외 등 세제 혜택도 없앴다.
특히 공급대책으로 3기 신도시 건설을 비롯해 수도권 요지에 30만 가구의 새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여파로 가파르게 상승하던 서울과 수도권 일대 아파트값은 최근 상승세가 꺾였으며,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매도·매수자들의 눈치보기가 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교신도시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한 달째 매매 거래는 한 건 못했다"며 "매물은 나오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화성의 한 부동산 관계자도 "양도소득세를 포함해 호가가 높은 매물이 나오긴 하지만, 거래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하반기 인상 변수까지 남아 있어 당분간 매매시장의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일(조사시점 기준) 0.47%까지 커졌던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은 대책 발표가 예고된 지난달 10일 조사에서 0.45%로, 대책 발표 직후인 17일 0.26%로 줄어든 뒤 24일 0.10%, 이달 1일 0.09%로 오름폭이 둔화했다.
매수세는 자취를 감췄고 일부 재건축 단지는 최고가 대비 1억원 이상 빠진 급매물도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되지 않고 있다.
용산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뚝 끊겼는데 집주인들도 매도 호가를 낮추지 않고 버티고 있어서 거래를 한 건도 못했다"며 "매도·매수자들의 눈치 보기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간혹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잘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강남구 대치 은마,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 대표적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는 고점 대비 5천만∼2억원 빠진 매물이 나와 있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직후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가 최고가 대비 1억원가량 떨어진 17억5천만원에 팔린 뒤로는 아직 거래가 없다"며 "이보다 싼 급매물이 나오는데 매수 대기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거래침체가 극심했던 시기에 싼 매물이 나와도 집이 팔리지 않던 '집맥경화' 현상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도 매수세가 움츠러들기는 마찬가지다.
위례신도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전까지 활발하던 매수 문의가 발표 후 싹 사라졌다"면서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 등을 염려해 일부 급매물을 내놓는데 대기자들은 상당수 매수를 보류하고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은 지난달 21일 발표된 '3기 신도시 건설'의 심리적 영향까지 받으면서 서울보다 분위기가 더 냉각되는 모습이다.
일산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일산은 청약조정지역 지정 이후 집값이 계속해서 약세인데 살 사람은 없다"며 "집값은 계속 하락하고 거래도 안되는데 규제를 풀기는커녕 앞으로 3시 신도시까지 짓는다고 하니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