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규제법에 발목잡힌 '반도체 클러스터'

  • 강기정 기자
  • 발행일 2018-12-21

경기도 최적지 불구 공장총량 제한
비수도권 반대 목소리도 '변수'
물량 특별배정 등 정부 특단 필요
용인 '유력' 내년초 최종입지 결정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수도권에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했지만(12월18일자 1면 보도) 수도권을 규제하는 관련법에 발목이 잡혀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비용만 1조6천억원에, 10년간 투자되는 금액만 1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지만 규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백지장이 되는 만큼 경기도가 수도권 규제를 넘어 '120조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조기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8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년 업무보고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형으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다시금 언급됐다.

향후 10년간 민간투자만 120조원 규모로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수도권 규제를 풀어낼 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본사가 이천에 있는데다 삼성전자 등 다른 기업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하려면 경기도가 최적의 입지지만, 수도권 공장 총량 규제 때문에 도내에 조성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에 너무 많은 공장이 몰리지 않도록 신·증설 허용량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점 등 때문에 지난 10월 정부의 경제 관련 장관 회의에서도 SK하이닉스의 수도권 투자 문제가 거론됐지만 이렇다할 결론이 나진 않았었다.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긴 했지만, 결국 규제를 풀지 못하면 120조 규모의 민간 투자도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경기도도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해진 모습이다.

도 관계자는 "도내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변수는 수도권 규제다. 정부와 논의해 방안을 찾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에 더해, 비수도권의 반대도 변수다.

이미 지난 19일 균형발전 지방분권 충북본부가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수도권 입지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구상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청주시의회도 20일 '정부의 수도권 입지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구상에 대한 반대 건의문을 채택했다.

다만 2007년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LG디스플레이 공장의 파주 조성을 허용했던 만큼, 경제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정부가 이번에도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정부 관계자는 "입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으로 정해질 경우 걸림돌이 되는 공장 총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정부부처간 협의를 통해 물량 특별배정 등 적합한 방안을 고민해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로는 이천 본사에서 가까운 용인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에 최종 입지가 결정될 예정이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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